코인카드까지 4만명 육박하는데 과세 또 유예?…야당發 감세 법안에 형평성 논란

정성국 의원, 가상자산 과세 2030년까지 3년 유예 법안 추진 국내 달러코인 보유 지갑 2.5만개…코인카드 앱 다운로드도 3.8만건 부동산·근로소득 과세 부담 커지는데 코인 소득만 반복 유예 지적 거래소 수수료 수익·2030 투자자 표심 맞물려 정치권 논란 확산

2026-08-11     한순구 기자
구윤철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030년까지 다시 유예하는 법안이 야당에서 추진되면서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과세 폐지에 이어 3년 추가 유예 법안까지 꺼내 들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와 코인카드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를 다시 미루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이 이미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달러코인, 결제 서비스까지 확장된 만큼, 과세를 유예할수록 오히려 세원 파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성국, 2030년까지 3년 유예 추진…야당은 과세 폐지도 병행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현행 2027년 1월 1일에서 2030년 1월 1일로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관련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고,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도 추진해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은 가상자산 소득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당 차원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자 부담 완화를 주요 정책 카드로 꺼내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주식시장·부동산 시장 이슈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내세우며 투자자 민심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 정비”라는 명분만으로 과세를 또 미루기에는 세수와 형평성 문제가 작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코인카드 다운로드 3.8만건…달러코인 이용 이미 확산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란에서 새롭게 봐야 할 대목은 국내 투자자의 이용 행태가 이미 단순 매매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주요 코인카드 앱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약 3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리닷페이 약 2만5000건, 카스트 약 9600건 등이다.

코인카드는 이용자가 전용 앱에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면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망에 연결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일반 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도 해외 결제나 일부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국내 투자자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도 늘고 있다. 웹3 리서치 및 블록체인 분석 업계가 국내 투자자 소유로 추정되는 지갑 10만개를 분석한 결과, USDT와 USDC를 보유한 지갑은 올해 7월 기준 약 2만5000개로 집계됐다. 2024년 7월 약 1만1000개에서 2년 만에 127%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7월 약 1만8000개와 비교해도 40% 가까이 늘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도 증가세다. 국내 투자자 지갑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2024년 7월 약 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7월 1900만달러로 늘었고, 올해 들어 한때 2500만달러를 웃돌았다. 7월 기준으로는 약 1600만달러 수준이지만 2년 전보다 여전히 60%가량 많은 규모다.

 

해외거래소·개인지갑 이동 47조…유예할수록 세원 추적 어려워져

국내 투자자의 가상자산 이용은 국내 거래소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으로 옮긴 가상자산은 올해 상반기에만 47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팔 때 기준 통화로 널리 쓰인다.

이 때문에 과세 유예가 반복될수록 세원 파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매매하는 단순 구조라면 거래내역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스테이블코인, 코인카드 사용이 결합되면 취득가액·양도가액·실현손익 산정이 복잡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해외 플랫폼과 개인지갑,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를 2030년까지 미루면 그 사이 거래 구조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과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예만 반복하면 오히려 과세 기반을 더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시행 방침…250만원 초과 수익 22% 과세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산한 22%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도 현재까지는 유예에 선을 긋고 있다. 최근 세제개편안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포함되지 않았고, 정부는 현행법대로 내년 1월 과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거래소 거래, 개인지갑 이전, 취득가액 산정, 스테이블코인 결제 사용 등 과세 실무상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 인프라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맞지만, 이미 가상자산 이용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계속 유예하는 것은 조세 원칙을 흔들 수 있다”며 “이제는 시행을 전제로 자료 제출 의무, 해외거래소 정보 확보, 개인지갑 거래 추적 기준을 구체화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부동산은 보유세 부담…코인만 반복 유예하나

형평성 문제는 부동산 과세와 비교할 때 더 두드러진다. 최근 주요 도시 보유세 비교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23억원짜리 아파트 3채를 보유하면 연간 보유세가 485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서울 중위 가격인 10억5000만원짜리 주택 한 채에 실거주하는 경우 보유세는 연 107만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부동산은 보유 주택 수와 가격에 따라 강한 누진 구조가 작동한다. 고가 다주택자는 실제 매각 차익이 실현되지 않아도 매년 보유세를 부담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실제 양도나 대여로 수익이 발생한 뒤 과세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과세만 반복적으로 유예한다면 다른 납세자 입장에서는 조세 형평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보유자는 미실현 상태에서도 보유세를 내고, 근로자는 매달 원천징수로 세금을 낸다”며 “가상자산 투자소득은 실제 수익이 난 뒤 과세하는 것인데도 계속 유예한다면 형평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와 비교하는 야당 논리…전문가들은 “성격 다르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또는 폐지의 주요 명분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든다. 일반 주식투자자에게 금투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만 22%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제 전문가들은 주식과 가상자산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 국내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세, 배당소득세, 대주주 양도소득세, 상장사 법인세 등 여러 과세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소 수수료 외에는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한 조세 전문가는 “금투세 폐지를 근거로 가상자산 과세를 전면 유예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은 정치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세제상으로는 거칠다”며 “주식시장 과세체계와 가상자산 과세체계는 과세 기반, 시장 인프라, 투자자 보호 장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별도 기준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이해관계도 변수…과세 유예는 거래량 방어 효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에서 거래소 이해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자 과세 부담이 커지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거래소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주요 거래소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거래 수수료 중심이다. 두나무와 빗썸은 시장 거래량 감소로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세까지 시행될 경우 단기적으로 거래소 매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과세 유예가 투자자 표심뿐 아니라 거래소 영업환경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나 과세 인프라 정비라는 명분과 별개로, 거래소 업계의 이해가 정치권 입법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무위관계자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에 충분히 기여했다는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 유예만 요구하면 업계 이익 방어로 비칠 수 있다”며 “과세 논의와 별개로 거래소의 내부통제, 상장 심사, 이해상충 관리에 대한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형평성·인프라 세 가지를 동시에 봐야

가상자산 과세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청년 투자자 감세’나 ‘코인 투자자 때리기’가 아니다. 정부는 세수 기반을 확보해야 하고, 국회는 주식·부동산·가상자산 간 과세 형평성을 정리해야 하며, 거래소는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

야당이 제기하는 과세 인프라 부족 문제는 분명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외거래소 거래, 개인지갑 이전, 취득가액 산정, 코인카드 사용 등 과세 실무상 쟁점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이 곧 2030년까지의 추가 유예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이미 가상자산 과세는 여러 차례 유예됐고, 내년 시행까지도 아직 제도 보완 시간이 남아 있다. 세수 여건이 빠듯하고 부동산·근로소득 과세 부담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소득만 2030년까지 다시 미루는 법안은 조세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 국회 재정 분야 입법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자 보호와 과세 인프라를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미뤄졌다”며 “이제는 유예 여부보다 어떤 기준으로 과세하고, 거래소가 어떤 자료 제출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결국 정성국 의원의 3년 유예 법안은 가상자산 투자자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코인카드를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선 만큼 과세 유예는 세원 추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회 논의가 ‘코인 투자자 보호’에만 머무를 경우, 다른 납세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적 감세로 비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