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쇼크에 엔화 강세까지... 원·달러 1400원선 뚫고 1300원대 가나
[녹색경제신문 = 이정환 기자]
한때 1500원선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1400원선 하향 돌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예상 밖 고용 부진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진 데다 미·일 환율공조로 엔화 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원화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달러 수급도 매도 우위가 이어지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만 완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13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10일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10원선 부근에서 하단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410원대에서 비교적 견고했던 환율 하단이 미국 고용지표의 예상 밖 결과에 무너지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미국 비농업 고용은 전월보다 2만3000명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8만명 증가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고용이 줄었다. 5월과 6월 고용 증가폭도 각각 6만6000명, 3만7000명 하향 조정되면서 두 달간 총 10만3000명이 줄었다.
고용 쇼크 이후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지표 발표 직후 99.9 부근에서 99.4까지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도 158.4엔 수준에서 한때 156.7엔까지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강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조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필요할 경우 미국과 공조해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엔화 약세가 다른 통화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까지 직접 언급했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면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원화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베센트 장관의 잇따른 외환시장 개입 발언 및 직접적인 개입을 두고 ‘환율 적극주의(Currency Activism)’ 시대가 개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미국 재무부의 외환시장 개입 이유와 평가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외환시장이 일단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달러 수급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조달자금 환전 등이 달러 공급을 늘리고 있다.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7월 수출액도 988억90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최근에는 역외 투자자와 커스터디의 달러 매도도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달러 매도 우위의 수급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경우 주식 매수를 위한 달러 환전 수요까지 더해져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1400원선 아래에서는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강한 지지선이 형성될 수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도 변수다.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지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지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엔화 흐름과 미국의 환율정책, 중동 정세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엔화 약세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일본과의 외환시장 공조를 이어갈 경우 원·엔 동조화가 강화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위원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 의지와 국내 달러 수급 개선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기대된다”며 “특히 이란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1300원대 진입 및 안착 확률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