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용 ‘-2.3만’인데 S&P 사상최고…월요일 ‘54조 하이닉스’ 첫 시험대
美 7월 고용 2만3000명 감소…9월 금리인상 확률 67%→44% S&P500 0.62%·나스닥 1.30%↑…나스닥 주간 상승률 5.19% SK하이닉스, 국내장 마감 뒤 54.3조 투자 확정…HBM 증설은 2029년부터 엔비디아 주간 11.6%↑에도 마이크론은 금요일 1.3%↓…메모리주 차별화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미국에서 7월 일자리가 예상과 달리 감소했지만 뉴욕증시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 악화가 경기침체 우려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재료로 먼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0일 국내 증시는 미국 나스닥 상승만 따라가기 어려운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SK하이닉스가 7일 국내 증시 마감 이후 용인과 청주에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확정했다.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대규모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최근 메모리주가 공급 확대와 높은 밸류에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투자 부담과 향후 공급 증가 우려도 동시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특히 신규 투자안이 국내 현물시장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월요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함께 움직일지, SK하이닉스만 차별화될지가 코스피 방향을 가늠할 첫 신호가 될 전망이다.
8만명 늘 것이라던 美고용, 오히려 2만3000명 감소
미국 노동부가 7일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000명 감소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8만명 증가였다.
5월과 6월 고용 증가 폭도 합계 10만3000명 하향 수정됐다. 실업률은 4.2%에서 4.1%로 낮아졌지만 고용시장이 강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한 사람이 늘면서 실업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시장은 이를 곧바로 금리에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날 55%, 일주일 전 67%에서 44%까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64% 수준으로 내려왔다.
뉴욕증시는 경기 둔화보다 금리 부담 완화에 먼저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0.28% 오른 5만4036.93, S&P500은 0.62% 상승한 7757.6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1.30% 오른 2만6690.62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S&P500이 3.58%, 나스닥이 5.19%, 다우가 2.96% 올라 세 지수 모두 4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톰 시오마데스 AE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는 고용 둔화와 여전히 높은 물가라는 상충된 환경에서도 기업 실적이 강하게 나오면서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436곳 가운데 85.1%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장기 평균 68%를 크게 상회한다.
엔비디아는 주간 11.6% 급등…메모리는 달랐다
금리 부담 완화는 AI주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11.6% 상승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 증가한 시가총액만 약 5620억달러다.
스페이스X가 차세대 AI 인프라에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채택하기로 한 데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AI 설비투자 계획을 잇달아 높인 점이 상승 배경으로 꼽혔다.
다만 같은 반도체 안에서도 메모리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마이크론은 금요일 1.3% 하락한 870.39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도 시장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급락하는 등 메모리·저장장치 업종에서는 ‘좋은 실적’보다 이미 주가에 반영된 기대와 향후 공급 증가를 더 따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맷 오턴 레이먼드제임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반도체 업종이 최악의 구간을 지났다고 판단하려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전반에서 추가적인 기술적 회복이 나타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해 70% 이상 올랐지만 6월 말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 15% 넘게 낮다.
SK하이닉스 54.3조 투자…문제는 ‘언제 공급되느냐’
월요일 국내장에서 새롭게 반영해야 할 가장 큰 재료는 SK하이닉스 투자 결정이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7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Y2 팹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 팹에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승인했다. 합계 54조3000억원이다. 투자 기간은 2031년까지다.
숫자만 보면 대규모 증설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 시점을 함께 봐야 한다.
HBM과 차세대 D램을 생산할 용인 Y2는 내년 7월 착공하지만 첫 클린룸 가동 예정 시점은 2029년 6월이다. 낸드를 생산할 청주 M17도 내년 2월 착공해 첫 클린룸이 2028년 12월에 들어선다. 현재 건설 중인 용인 Y1의 첫 클린룸은 내년 2월 가동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54조원 투자로 당장 올해나 내년 HBM 공급이 급증하는 구조는 아니다. 반면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시장은 장기 AI 수요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과 동시에 향후 자유현금흐름, 투자 효율성, 주주환원을 따져볼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3분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SK하이닉스만 상대적으로 약하고 삼성전자가 버틴다면 54조원 투자와 자본배분에 대한 개별기업 재평가, 두 종목이 함께 밀린다면 메모리 업종 전체의 공급·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
국내 개미는 다시 미국으로…7월 美주식 46억달러 매수
국내 증시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동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7월 미국 주식 매수액은 46억달러로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월평균 27억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주식 투자자 예탁금은 6월 초 140조원에서 지난 3일 102조8000억원까지 줄었다. 반면 8월 들어서도 국내 개인은 해외주식을 2억7800만달러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급등하던 당시 국내로 돌아왔던 자금 일부가 최근 높은 변동성을 피해 다시 미국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강할 때 둔화했던 해외 자금 유출이 코스피 급락 이후 다시 빨라지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선호가 되살아났다고 분석했다.
월요일 코스피가 반등하더라도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 자금이 다시 국내 대형주로 들어오는지도 중기 수급에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월요일은 ‘나스닥 상승’보다 하이닉스·삼성전자 차이가 중요
현재 미국 증시만 놓고 보면 월요일 국내장에 우호적인 재료가 많다.
고용 쇼크로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나스닥은 1.3% 상승했다. 엔비디아도 한 주 동안 11% 넘게 뛰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에는 미국과 다른 변수가 추가됐다. SK하이닉스가 54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설비투자를 공식 확정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달리 마이크론 등 메모리주의 상승 탄력이 약했다.
따라서 10일 개장에서는 지수 시초가보다 ① 외국인이 SK하이닉스 현물을 다시 사는지 ②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별화되는지 ③ 코스피200 선물 매수가 현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한 신호가 될 전망이다.
다음 주에는 금리 안도감 자체도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12일 발표되는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해 시장은 전년 대비 3.4%, 근원 CPI는 2.5%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도미닉 파팔라도 모닝스타웰스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CPI가 전망치를 웃돌 경우 최근 증시 상승세가 다시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고용 감소는 당장 금리 인상 부담을 낮췄지만, 월요일 국내 반도체주의 방향은 결국 AI 수요가 54조원의 추가 설비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외국인이 어떤 가격을 매기느냐에서 먼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