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대출 여력 3942억뿐…“대출로 집 산” 위원장의 ‘소신 규제’ 시험대
5대 은행 총량 여유 2곳뿐…한도 소진에도 가계대출 두 달째 4조원대 증가 실수요자, 한도 반토막·‘금리 상단 8%’ 우려에 ‘대출 절벽’ 이억원 “절연이 소신”…“2013년에도 소신이었나”엔 침묵 김용범 ‘딸 임대주택’ 격노 영상 재확산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가계대출 잔액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3942억원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였지만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4조원대로 불어난 결과다. 실수요자들이 한도 축소와 금리 상승으로 ‘대출 절벽’에 내몰린 가운데 규제 결정권자들이 과거 대출과 전세를 활용해 자산을 형성한 이력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면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 또한 실효성과 형평성 양면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5조3404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정한 연간 목표치(약 4조3400억원)를 이미 1조38억원 초과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총량 한도에 여유가 남은 은행은 2곳뿐이며, 이들의 남은 한도는 3942억원으로 집계됐다.
총량 규제는 은행이 새로 내주는 대출액이 아니라 잔액의 ‘순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출이 상환되면 그만큼 잔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도를 소진한 은행도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출의 상환 범위 안에서만 신규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신규 대출 규모를 상환액 수준으로 묶어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 우대금리 축소와 한도 제한 등 한층 강도 높은 수요 억제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방위 조이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9791억원으로 6월 말보다 4조183억원 늘어 두 달 연속 4조원대 증가를 기록했다.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주담대 잔액은 617조9411억원으로 한 달 새 2조7955억원 늘어 4개월 연속 증가했고, 증가폭은 지난해 8월(3조7012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가운데 잔금·이주비·중도금 등 집단대출은 148조2426억원으로 6531억원 늘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집값 상승 기대가 맞물리며 ‘지금 아니면 못 받는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109조7533억원으로 1조829억원 증가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투자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의 비용은 실수요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였고, 은행권은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접수 중단과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 제한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여기에 이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4.74~7.50%로 5월 말(연 4.26~7.10%), 6월 말(연 4.37~7.37%)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대출이 막혀 계약 포기 위기까지 몰렸다.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를 호소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고, 주요 은행들은 해당 사업장에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하거나 기존 한도를 확대했다. 일부 은행은 추가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잔금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하면 관리 원칙이 흔들리고, 총량을 유지한 채 잔금대출만 늘리면 다른 대출이 더 조여지는 딜레마가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사이 정책대출은 빠르게 불어났다.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공급액은 올해 1~5월에만 1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체(8조원)를 넘어섰다(본지 7월31일자 보도).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2금융권을 찾는 차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 창구가 좁아진 시기와 맞물려 대출 수요가 다른 창구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규제가 수요를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는 사이, 규제를 결정하는 당국자들을 향한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규제를 총괄하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 개인적 소신이냐’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부동산으로 금융자금이 흘러가 집값을 자극하는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그러자 조 의원은 이 위원장의 과거 이력을 꺼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013년 스위스 제네바 파견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입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담보대출 3억5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46세였다. 조 의원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은 언제부터 소신이었나. 2013년부터였나”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침묵했다. ‘현금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막을 수 없고 결국 대출이 필요한 사람의 시장 진입만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네, 맞습니다”라고 수긍했다. “12억원에 주택을 사면서 3억~4억원 대출을 받으면 나쁜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한 적 없다”고 답했다.
논란은 이 위원장만이 아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해 11월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딸 임대주택’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영상도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따님이 전세 살고 있느냐, 전세금은 누가 모았느냐’고 묻자 김 실장은 “딸이 저축한 게 있고 제가 조금 빌려준 게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따님한테 임대주택 살라고 얘기하고 싶으냐’고 재차 묻자 김 실장은 “가족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김병기 운영위원장의 거듭된 제지 끝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 실장은 자신을 향한 갭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아니다. 중도금을 내가 다 치렀다”고 반박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김 실장은 배우자와 공동명의의 서울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와 장녀 아파트 전세권 등 건물 재산 18억6786만원을 신고했다.
이 위원장과 김 실장의 거래 모두 당시 규제 아래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전세와 대출을 딛고 자산을 형성한 이들이 지금은 그 통로를 좁히는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출 규제가 풀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시장이 불안해져 주거 사다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구조를 계속 양산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일관된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서민과 실수요자 보호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