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15% 줄 때 단기사채 90% 늘었다…기업 차환 부담 '경고등'
상반기 주식·회사채 공모 15.6% 감소, CP·단기사채 발행 68% 급증 일반회사채 발행 31.5% 감소…차환 목적 비중 72.9% AA등급 이상 발행 비중 76.9%…단기사채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회사채와 주식을 통한 장기성 자금조달은 줄인 반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등 단기 조달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장기물 발행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기 조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시장 금리 상승이나 유동성 경색 시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 및 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126조5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3570억원(15.6%) 감소했다. 반면 CP와 단기사채 발행액은 1272조8483억원으로 515조1069억원(68.0%) 증가했다.
장기 조달 위축…일반회사채 감소폭 가장 커
주식 발행은 2조9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2551억원(29.6%) 감소했다. 기업공개(IPO)는 28건 줄었고 유상증자도 1조9645억원으로 8201억원(29.5%) 감소하며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회사채 발행도 일반회사채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전체 회사채 발행액은 123조59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조1018억원(15.2%) 줄었고, 일반회사채는 25조9052억원으로 11조9268억원(31.5%)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자산유동화증권(ABS)도 7조2759억원으로 3조2031억원(30.6%) 줄었다.
발행 목적도 대부분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에 집중됐다. 일반회사채 발행 가운데 차환 목적 비중은 72.9%에 달했다. 신용등급별로는 AA등급 이상이 전체의 76.9%를 차지한 반면 A등급은 21.0%, BBB등급 이하는 2.2%에 그쳐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우량 기업에 집중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단기사채 990조원 '역대 최대'…CP 잔액도 증가
상반기 CP 발행액은 282조75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조774억원(19.0%) 증가했다. 단기사채는 990조936억원으로 470조295억원(90.4%) 급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사채 발행 증가는 증권사와 금융회사, 일반기업의 운전자금 및 차환 수요 확대와 PF-ABCP 등 유동화증권 발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CP와 단기사채 발행액에는 만기 도래 물량을 다시 발행하는 차환 거래가 반복 집계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발행 규모 증가만으로 기업의 순차입이 같은 폭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자금조달 부담은 잔액 추이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회사채 잔액은 757조2390억원으로 37조246억원(5.1%) 증가했고, CP 잔액도 241조4883억원으로 25조5241억원(11.8%) 늘었다. 장기성 자금조달은 위축됐지만 회사채와 CP 잔액은 모두 증가해 기업의 부채 규모는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만기구조 단기화…시장 불안 시 차환 부담 커질 수도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 조달 비중 확대가 이어질 경우 시장 금리 상승이나 신용스프레드 확대, 유동성 경색 국면에서 차환 비용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만기가 짧은 CP와 단기사채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재발행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의 만기구조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