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키움도 놓친 빗썸…코인원·코빗·업비트는 이미 금융사와 짝지었다

비덴트 상장폐지 리스크·오지급 사고 겹악재 KB국민은행 재계약도 변수…시장점유율 30% 성장세 지속될까

2026-08-04     박금재 기자
[제공=빗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달아 금융사 파트너를 확보하는 가운데, 빗썸만 홀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카카오페이·키움증권과 투자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쪽 모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가 투자자들의 발을 붙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카카오 측과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까지 참여하는 범카카오 차원의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투자 구조와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는 뚜렷하게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투자 이후의 경영 참여 권한이다. 신규 투자자가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사 선임이나 주요 경영 판단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게 카카오 측의 우려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빗썸 측은 특정 협상 대상을 확인하지는 않으면서도 "현재 복수의 기업과 투자 및 사업 제휴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에 공식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셈이지만, 카카오·키움을 특정해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키움증권도 여전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빗썸 투자설이 불거지자 "디지털자산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공시했다. 검토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빗썸이 파트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가 있다. 빗썸홀딩스 2대 주주인 비덴트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아왔고,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2일 5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상장폐지 여부는 개선기간이 끝나는 12월 22일 이후 최종 결정될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올해 초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진행 중인 김병기 무소속 의원 차남 취업 청탁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까지 겹치면서 잠재적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이 두 사건이 겹친 직후 빗썸과의 실명계좌 재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비덴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 "특정 주주의 상황과 관계없이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사업 및 투자 관련 논의도 회사의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기반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비덴트發 리스크 전이 우려를 의식한 방어적 답변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가 충분한 경영 참여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빗썸 측 설명과는 온도 차를 보였다.

경쟁 거래소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빗썸의 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20%를 확보한 이후 코인원 앱에서 한국투자증권 주식 거래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증권사와의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을 97.15%까지 확대하며 전통 금융 계열사로 완전히 편입됐다. STO·RWA 시장을 겨냥한 기관 대상 서비스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두나무도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결합 절차를 진행 중인데, 다만 이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주식교환일이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재차 연기된 상태다. 빗썸만 홀로 파트너 없이 남겨지는 구도다.

빗썸 입장에서 파트너 확보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선다. KB국민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이 오는 9월 24일 만료되는 가운데, 재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면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갖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재계약 자체는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조건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파트너 확보 실패가 실명계좌 재계약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교체한 이후 30%를 돌파하며 급증했지만, 이 성장세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