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인데 300일간 한방치료…한방병원 인당 치료비, 양방의 3배

경상환자 인당 치료비 108만3천원…5년 새 26.5%↑, 양방은 5.0% 그쳐 A네트워크한방병원 인당 168만1천원…양방 평균의 4.7배 ‘세트청구’ 진료비 675억→2534억…연평균 30.3% 폭증 1~3인실 병실료 한방 연 26.1% 늘 때 양방은 13.7% 감소 ‘8주룰’ 차관회의 통과…국무회의 심의 앞둬 “수가 기준·심사도 손봐야”

2026-08-03     최정윤 기자
[사진=ChatGPT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접촉사고로 경상을 입은 뒤 한방병원에서 300일간 치료를 받고 3천만원 넘는 보험금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한방병원 인당 치료비는 26.5% 불어나 1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보험업계는 ‘세트청구’와 상급병실 편법 운영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 12~14급) 인당 치료비는 한방병원 기준 2020년 85만6천원에서 2025년 108만3천원으로 26.5% 늘었다.

같은 기간 양방병원은 33만8천원에서 35만5천원으로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액 자체도 한방이 양방의 3배를 넘는다.

일부 대형 네트워크 한방병원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A네트워크한방병원의 경우 지난해 인당 치료비가 168만1천원으로 양방병원 평균의 4.7배였고, 이 병원에서 8주 넘게 치료를 이어간 환자의 치료비는 292만원으로 양방 평균의 8배를 넘어섰다.

업계가 지목하는 첫 번째 원인은 이른바 ‘세트청구’다. 환자 상태와 상관없이 침·뜸·부항·추나 등 6가지 이상의 시술을 하루에 몰아서 시행하고 한꺼번에 청구하는 관행이다.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세트청구 진료비(통원 기준)는 2020년 675억원에서 지난해 2534억원으로 연평균 30.3%씩 늘며 5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졌다. 부상이 더 무거운 중상환자(1~11급)의 세트청구 증가율(연평균 21.6%)보다도 가파르다. 반면 규모가 작은 한의원의 경상환자 세트청구 진료비 증가율은 10.1%에 머물러, 병원급 한방의료기관에 청구가 쏠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시술 항목별로는 구술(뜸) 비용이 5년간 연평균 22.1%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한방물리요법(16.1%), 추나(15.8%), 부항술(14.3%), 온냉경락요법(13.5%), 약침술(11.9%), 침술(8.9%)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현행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는 이런 묶음 청구를 걸러낼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병실료도 치료비를 밀어 올렸다. 자동차보험은 4인 이상 일반병실 병실료 보상을 원칙으로 하고 1~3인실 같은 상급병실은 예외적으로만 인정하는데, 한방병원의 1~3인실 병실료는 2020년 89억5천만원에서 지난해 320억1천만원으로 연평균 29.0% 급증했다. 전체 병실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9%에서 22.6%로 커졌다.

방향도 정반대다. 2021년 이후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상급병실료가 해마다 26.1%씩 늘어나는 동안 양방병원은 오히려 연평균 13.7%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한방 경상환자의 상급병실료(273억원)는 양방(35억원)의 8배에 달했다. 업계는 일부 한방병원이 심사 기준을 피하려고 실제로는 1~3인실만 갖춰 놓고 서류상 4인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상급병실료를 받아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과잉청구 사례도 잇따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추돌사고로 경상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 A씨는 2인실에 8일 입원하고 사흘 통원하면서 세트청구 등으로 366만원의 치료비를 받았다. 접촉사고를 당한 50대 남성 B씨가 한방병원에서 300일간 치료받으며 수령한 보험금은 약 3175만원에 이른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를 계속하려면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별도로 확인받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 이른바 ‘8주룰’이 지난달 30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8주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8주룰을 서둘러 시행하는 동시에 세트청구를 제한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구체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도 한층 엄격해져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