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저 막으려 '금리인상·환율개입' 총동원·…엔캐리 청산 우려 현실화?

2026-08-03     이정환 기자

[녹색경제신문 = 이정환 기자]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을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도 엔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시장에서는 미·일 공조가 장기간 이어진 엔저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저금리 엔화를 활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0%로 유지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약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인상한 이후 첫 회의인 만큼 시장에서는 당분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전보다 물가의 상방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금융여건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판단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긴축 가능성을 키웠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다카다 하지메 심의위원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록 다수 의견에 밀려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지속적인 금융완화를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엔화 방어를 위한 이례적인 움직임도 잇따라 보도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촬영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메모에는 ‘일본 엔(JPY) 50억~100억 달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로이터는 앞서 미 재무부가 엔화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 가능성을 주요 은행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재무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실제 엔화를 매입하는 방식의 개입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직접 공조한 것은 1998년 이후 28년만이다. 당시 엔화 급락으로 일본 경제 불안이 커지자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를 매입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와 미·일 외환시장 공조가 맞물리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엔화 약세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63엔대까지 떨어지며 1986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면서 "이 경우 일부 투자자들이 엔화 차입을 상환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즉각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추가 긴축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미·일 금리 격차도 여전히 상당한 수준" 이라며 "다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