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설계사·환자 짜고 치아보험금 22억 편취...검찰 보완수사로 17명 재판행

설계사가 환자 모집하면 치과는 허위 치료확인서 발급 편취 보험금 30%는 환자 소개 대가 '페이백'으로 설계사 46명·치과 관계자 6명·환자 200여명 역할 분담 경찰 "증거 부족" 불송치...검찰이 포렌식·계좌 추적으로 뒤집어 비의료인이 의사 고용한 '사무장 병원'도 덜미

2026-07-31     최정윤 기자
서울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치과 관계자와 보험설계사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허위 진료기록으로 22억원대 치아보험금을 가로챈 사실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경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했던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해 전모를 규명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실체도 함께 밝혀졌다.

3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기노성)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병원 실장 2명과 보험설계사 1명을 구속 기소하고, 치과의사 2명·상담실장 1명·보험설계사 11명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8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보험설계사들은 여러 치아보험에 중복 가입한 환자를 모집해 특정 치과에 소개하고 보험금 청구를 대행했다. 치과 측은 소개받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보험 가입 전 진료받은 초진일을 삭제하거나 레진 치료를 받은 치아 개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한 허위 치료확인서를 발급했다.

환자들은 이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받은 뒤 일부를 외상 치료비 명목으로 병원에 납부했다. 치과 측은 편취한 보험금의 약 30%를 환자 소개 대가인 이른바 '페이백' 명목으로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하며 더 많은 환자를 끌어들였다. 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사에서 편취한 금액은 약 22억원에 달하며, 범행에는 보험설계사 46명과 치과 관계자 6명, 환자 200여명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레진·인레이 등 보존 치료에 치아 개수별 보장 한도가 없다는 보험 약관상 허점을 노렸다. 또 '가입 전 고지의무'와 '가입 후 90일 면책기간' 등 약관 조항을 피하기 위해 수기 진료기록부에서 초진일을 지우고 구강 파노라마 촬영 사진을 삭제하는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이 엇갈리며 뒤집힌 사례다. 당초 경찰은 사건을 단순 보험사기로 보고 일부 피의자만 송치했고, 검찰이 혐의 소명자료 보완과 범죄사실 특정을 요구하자 별다른 보완수사 없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로 결론을 바꿨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추가 녹취록을 확보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관계자들을 재조사해 5월에는 피의자 78명 전원에 대한 송치를 요구했다. 그 결과 병원 실장과 치과의사가 다수의 보험설계사와 결탁해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부터 편취 보험금 분배까지 이어지는 조직적 범행 구조가 규명됐다.

범행을 기획한 보험설계사는 여러 치과와 환자, 다른 설계사들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소개·알선 대가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설계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숨기고, 범행을 자백한 공범들에게 진술을 번복하고 말을 맞추도록 요구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설계사를 직접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보완수사 과정에서는 불법 의료기관 운영 정황도 새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병원장으로 여겨졌던 치과의사가 실제로는 고용된 봉직의에 불과했고, 비의료인인 실장이 이 의사를 고용해 치과를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진료기록부 조작과 파노라마 사진 삭제 정황을 단서로 병원 개설 경위까지 수사를 확대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으며, 해당 실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해 구속 기소했다.

이번 범행의 여파로 보험업계는 치아보험 가입 조건을 제한하고 면책기간을 연장하는 등 약관을 개정했고, 그 부담은 일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과 보장 축소로 이어졌다. 검찰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보험설계사와 환자들에 대해서도 가담 정도와 편취 금액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던 선량한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보험상품을 이용하는 전 국민이 피해자인 보험사기와 국민 안전·보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의료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