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 ‘두더지 잡기’ 됐나…보금자리론 5개월 새 11.3조

보금자리론 1~5월 11조3000억원…지난해 상반기 전체 이미 넘어 MBS 발행 1년 새 118% 급증…보금자리론 판매 확대 영향 은행권 규제 속 정책대출 확대…가계부채 총량관리 효과 약화 우려 주담대·전세대출 ‘완화해야’ 55%…부동산정책 부정평가 9%p 상승 정부, 전세대출 ‘목적 외 전용’ 감축·청년 정책대출 확대 논의

2026-07-31     최정윤 기자
이재명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정부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 공급과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은 빠르게 늘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절반을 넘어서면서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등록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액은 26조583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조5729억원(26.5%) 늘었다. ABS는 대출채권처럼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전체 증가세를 이끈 것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이었다. MBS는 주금공이 금융회사로부터 양수한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금감원은 보금자리론 판매 확대가 MBS 발행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MBS 발행액은 지난해 상반기 5조373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조7179억원으로 118.1% 급증했다.

배경에는 보금자리론 공급 확대가 있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서민·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정책 주택담보대출이다. 올해 1~5월 공급액은 11조3000억원으로, 5개월 만에 지난해 상반기 6개월치 전체(8조원)를 넘어섰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정책대출 공급도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은행권 대출 규제와 정책대출 확대가 엇갈릴 경우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회사별로 가계대출 증가 한도를 정해 관리하는 이른바 ‘총량관리’를 시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모든 사람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돈을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억제된 수요가 정책대출로 이동할 경우 민간·정책금융을 아우른 가계부채 관리의 실효성이 약해질 수 있다.

조사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응답이 우세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주담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유지’(21%)와 ‘강화’(15%)를 크게 웃돌았다. 전세대출 규제도 ‘완화’ 응답이 55%였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는 56%로 올해 1월보다 9%포인트 올랐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정치권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SNS에서 “총량관리 목표치를 완화하고 주담대 한도는 2배 이상, 실수요자 LTV는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LTV(담보인정비율)는 집값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로, 이를 높이면 같은 집을 담보로 더 많이 빌릴 수 있다. 안 의원은 상반기 5대 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이 3조4000여억원으로 목표치를 3배 이상 웃돌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24일 당 차원 토론회에서도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한편 지난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는 ‘목적 외 전용’을 점차 줄여가는 방안이 거론됐다. 동시에 청년 대상 정책 주택대출 확대 필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이를 두고 규제 전반은 유지하되 청년·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문을 넓히는 선별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7일 대토론회에서 전반적인 금융 규제 완화보다 일부 사안에서 실수요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수요자를 선별하기 위한 기준이 늘어날수록 제도적 복잡성이 커져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