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외국인 지갑 열렸지만… 면세점의 ‘완전한 부활’은 아직
상반기 외국인 매출 4조9968억원… 전체 매출 77% 차지 방한객 증가·K뷰티 열풍에 회복세… 중국 보따리상 의존 구조 탈피 구매객 늘었지만 객단가 하락… ‘많이 오는 고객’에서 ‘많이 쓰는 고객’으로 과제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 힘입어 반등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쓴 금액은 5조원에 육박하며 전체 매출을 사실상 견인했다. 다만 방문객 증가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과거보다 둔화된 모습이다. 외국인 1인당 구매 금액이 줄면서 외형 회복 이후 수익성 개선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떠올랐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4조9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면세점 매출 6조4752억원 가운데 외국인 매출 비중은 77.2%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1.2% 증가한 수준이다.
외국인 구매객 수도 꾸준히 늘었다.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은 664만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4.9% 증가했다. 월별로도 3월 108만명, 4월 119만명, 5월 122만명, 6월 127만명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면세점 회복을 이끈 배경에는 방한 외국인 증가와 K콘텐츠 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원화 약세로 한국 쇼핑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K뷰티와 K푸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되면서 면세점 방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 패턴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면세 시장이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대량 구매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최근 회복세는 개별 관광객(FIT)이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 브랜드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화장품,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는 소비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주요 면세점도 외국인 고객 변화에 맞춰 상품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외국인 대상 뷰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고, 식품 매출도 62% 늘었다. 신진 뷰티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K푸드 상품군을 강화하면서 개별 관광객 수요를 공략한 결과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면세점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수는 늘었지만 1인당 구매액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객단가는 75만1900원으로 지난해보다 3.2% 줄었다. 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대량 구매 비중이 줄고 개별 관광객 소비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변화로 풀이된다.
내국인 소비 부진도 부담이다. 상반기 내국인 매출은 1조4783억원으로 외국인 매출과 대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해외여행 수요는 이어지고 있지만 면세 한도 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국내 면세점 구매 규모는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하반기 관광 성수기를 반등의 기회로 보고 있다. 여름 휴가철과 중국 국경절 연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방문객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면세점 시장 회복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5조원에 육박한 만큼 하반기 성수기 효과가 더해질 경우 연간 10조원 돌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방문객 증가보다 고객당 소비 규모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량 구매 고객에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K뷰티·K푸드·K콘텐츠를 결합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 “외국인 관광객 회복은 면세점 업계에 분명한 성장 기회가 되고 있지만 방문객 증가만으로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개별 관광객이 한국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상품 경쟁력과 쇼핑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