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채권 1.8%에 그친 한국…한은 "투자 유인·제도 개선 시급"
국내 녹색채권 발행액, 2018~2020년 연 3조원→2021~2025년 40조6000억원 급증 전체 채권시장 대비 비중은 1.8%…주요국 평균(4.0%) 절반에도 못 미쳐 발행기관은 AAA급 고신용사에 편중…청정운송·신재생 등 일부 분야 집중 한은 "발행 절차 간소화·이차보전 확대 등 경제적 유인 강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국내 녹색채권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발행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시장 저변은 여전히 좁아 민간 중심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녹색채권 발행액은 2018~2020년 연평균 3조원 수준에서 2021~2025년 연평균 40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 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발표되고 2022년부터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발행 절차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적 성장과 달리 전체 채권시장에서 녹색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1.8%에 그쳤다. 주요국 평균인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시장 확대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발행기관 AAA급 편중…"민간 참여 확대가 과제"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녹색채권 발행기관은 AAA 등급 등 고신용 기관에 집중됐다. 자금 사용처도 청정운송,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등 일부 분야에 편중됐으며, 발행 목적 역시 조달 비용 절감보다는 친환경 경영 의지와 평판 제고 등 비재무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 같은 구조를 정책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시장을 주도하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으로 짚었다. 다만 민간 일반기업으로 발행 기반이 확대되지 않으면 시장 성숙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민간 기업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복잡한 발행 절차를 꼽았다. 녹색채권은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해야 하며 자금 사용, 평가·선정 절차, 자금 관리, 사후보고 등 핵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은은 이 같은 요건이 시장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이지만, 발행기관 입장에서는 외부 검토와 사후보고, 적합성 입증 등에 따른 추가 비용과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내부 관리체계와 전담 인력이 부족한 기관일수록 이러한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절차 간소화·경제적 유인 확대 필요"
정부는 그동안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을 통해 녹색채권 시장 확대를 지원해 왔다. 2023년에는 기관당 최대 3억원의 이차보전을 지원했고, 2024년에는 이를 통해 5조1662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이 발행되는 등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올해도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사업을 이어가며 정책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민간 부문의 자생력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정부 지원이 있을 때는 발행이 늘어나지만 지원이 축소될 경우 발행을 지속하겠다는 기관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발행·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녹색채권과 녹색여신의 서식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이차보전 등 경제적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보다는 발행 절차 표준화와 비용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발행 유인 확대가 시장 활성화의 핵심 과제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