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단일종목 레버리지 리밸런싱 분산·LP 거래 축소...자율대응 나서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고 유동성공급자(LP)의 거래량을 줄이는 등 자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와 증권사 LP 담당 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KB·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한화 등 8개 자산운용사 대표와 증권사 LP 담당 임원 8명이 참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외 규제 격차를 줄이고 투자자의 상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도입됐다. 출시 이후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향하던 일부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일부 종목과 상품에 집중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기 위해 운용사가 보유 주식과 파생상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 주문이 집중될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자산운용업계는 종가 부근에 몰리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과 장 마감 이후로 분산해 기초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로 했다.
운용사와 LP를 맡은 증권사도 LP 거래량을 줄이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율도 면밀히 관리해 가격 왜곡과 시장 충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투자자 보호 조치에도 적극 협력한다.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위험 고지와 투자자 안내를 강화하고,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교육 강화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31일부터 기본예탁금 상향 등 일부 투자자 보호 조치가 조기 시행되는 만큼 금투협과 업계는 시행 이후 개인투자자의 거래 규모와 시장 변동성 변화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대응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높은 변동성과 손실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상품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투자자의 손실 발생 상황을 업계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리밸런싱 거래 분산과 LP 거래량 관리 등 자율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자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을 통한 총량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관계기관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구 부총리를 비롯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와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참석했다.
당국은 우선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규모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한도 수준으로는 금융투자상품 총투자금액의 20% 이내가 예시로 제시됐다.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운용 사례 등을 참고해 시장이 급변할 경우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배율 조정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과도한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거래비용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선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과다호가부담금과 유사한 방식을 적용해 지나치게 빈번하거나 시장에 부담을 주는 거래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투자자 진입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 시행 중인 사전교육에 더해 모의거래 과정을 도입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한다.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는 오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투자한도 설정과 기본예탁금 인상 등 투자 수요를 직접 관리하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운용사와 증권사까지 리밸런싱 및 LP 거래 축소에 나서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와 업계 자율관리 모두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