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평정' 딜리셔스, IPO 출사표…압도적 시장점유율 속 FI 오버행 이슈는 부담
사용자 점유율 97%·공헌이익률 81%…광고·구독 고도화로 성장 가속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글로벌 배송·패션 SaaS로 성장동력 확대 공모 후 FI 지분 56.7%…오버행 해소가 관건
[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기자] 국내 패션 B2B 플랫폼 시장에서 일평균 사용자 점유율 97%를 확보한 딜리셔스가 광고·구독 사업 침투 확대와 글로벌 배송, 패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진출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딜리셔스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국내 사업의 수익성을 확대하고 글로벌 패션 B2B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근 부진한 증시 여건에 더해 공모 후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56.7%에 달하는 만큼 상장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동대문 B2B 시장 장악…광고·구독으로 수익성 확대
정창한 딜리셔스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딜리셔스는 국내 패션 B2B 플랫폼 가운데 사용자 점유율 97% 수준의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 IPO를 계기로 글로벌 수요를 확대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션 B2B 플랫폼 ‘신상마켓’ 운영사인 딜리셔스는 동대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의류 도·소매 거래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성장한 기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도매 누적 승인 회원은 2만3000여명, 소매 누적 승인 회원은 약 40만명이며 경쟁 서비스 대비 일평균 사용자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연결 기준 각각 약 118억원,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딜리셔스는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수익모델인 도매 사업자 대상 광고 플랫폼 ‘신상애드’, 도매 사업자 대상 구독 서비스 ‘신상멤버십’, 소매 사업자 대상 ‘플러스멤버십’의 플랫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서 매출 증가에 따른 추가 고정비 부담이 제한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2025년 변동비성 판매관리비는 58억원, 영업수익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은 249억원으로 공헌이익률은 81.1%다. 현재 비용 구조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는 영업수익이 100억원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이 약 81억원 늘어나는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딜리셔스의 전사 영업수익은 2022~2025년 연평균 23.7% 성장했다.
정 대표는 “신상마켓 출시 이후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던 많은 경쟁사가 폐업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경쟁사와 일평균 사용자 수가 최대 160배 차이 나는 만큼 압도적인 플랫폼 자산의 확장 가능성을 실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딜리셔스는 기존 광고·구독 서비스의 고객 침투율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와 SaaS 사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91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신상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만·홍콩 시장 공략과 해외 소매 사업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플러스멤버십을 기반으로 패션 소매사업자의 운영을 지원하는 SaaS 사업 진출도 추진한다.
상장 전 800억대 투자 유치…우선주 통해 자본잠식도 해소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외부 투자 유치도 이어졌다. 딜리셔스는 2017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800억원이 넘는 FI 자금을 유치했다. 2017년 시리즈A에서 20억원, 2019년 시리즈B에서 145억원, 2021~2022년 시리즈C에서 567억원 등을 조달했다.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해 이뤄졌다.
RCPS·CPS 관련 회계처리는 딜리셔스의 손익과 재무구조를 크게 좌우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우선주 관련 이자비용과 평가손실이 각각 약 145억원, 118억원 발생하며 당기순손실을 키웠다. 반면 지난해에는 파생상품평가이익 100억원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 16억원을 웃도는 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IPO를 앞둔 지난 2월에는 RCPS·CPS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 부채로 분류됐던 우선주가 자본으로 재분류되면서 2025년 말 자기자본 마이너스 109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재무구조는 올해 1분기 자기자본 192억원으로 개선돼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FI 지분 57%…상장 후 3개월간 물량 순차 해제
다만 대규모 FI 유치는 경영권 안정성과 상장 후 오버행 측면에서 부담으로 남았다. 공모 후 김준호 대표의 지분율은 14.48%,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9.56%에 그치는 반면 벤처금융과 전문투자자 등 FI 합산 지분율은 56.71%(1239만5868주)에 달한다.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FI가 보유하고 있어 보호예수 해제 이후 투자금 회수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경우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세부적으로 FI 보유 물량 가운데 약 546만주는 별도의 의무보유 약정 없이 상장 직후부터 유통할 수 있다. 이는 FI 전체 보유량의 약 44%, 공모 후 발행주식의 24.97%에 해당한다. 나머지 약 694만주는 상장일로부터 1~3개월간 자발적 의무보유가 설정돼 있으며 기간별로 대체로 3분의 1씩 순차적으로 해제된다. 상장 직후뿐 아니라 이후 3개월 동안 잠재적 매도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기존 투자자의 취득단가도 오버행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무상증자 등을 반영한 라운드별 환산 단가는 시리즈A 약 833원, 시리즈B 약 4688원, 시리즈C 약 1만701원으로 추산된다. 시리즈A와 B 투자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인 5000~7000원을 밑도는 만큼 공모가 수준에서도 상당한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리즈C 투자단가는 공모가 밴드보다 높지만 일부 FI가 초기 투자 라운드부터 후속 투자까지 중복 참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별 전체 보유분의 가중평균 취득단가는 시리즈C 단가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딜리셔스 측은 실적 개선을 통해 오버행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현동 딜리셔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적으로 (오버행 해소를 위한 주주환원책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 계속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FI들이 장기간 투자해온 데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자발적으로 1~3개월의 의무보유를 설정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딜리셔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에서 22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5000~7000원으로 총 공모 예정 금액은 110억~154억원이다. 수요예측은 7월23일부터 29일까지, 일반청약은 8월3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