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증권 "수출은 꺾이지 않았는데 코스피는 34% 급락?...하락폭 과도"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수출과 반도체 업황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피가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하면서 최근 증시 조정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코스피 급락기에는 수출 경기가 함께 위축됐지만, 현재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9일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약 34% 하락했지만 국내 수출 경기에서는 뚜렷한 둔화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펀더멘털보다 수급과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대만의 반도체 관련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확대와 수익성 둔화 우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다.
반도체 종목과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빠르게 늘어난 점도 변동성을 키웠다. 주가 하락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과 손절매 물량이 동시에 출회되면서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낙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코스피 조정 국면과 비교하면 현재 증시 하락폭은 실물 경기 흐름과 차이가 크다.
닷컴버블 붕괴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55.4% 하락했고, 같은 기간 월간 수출액과 반도체 수출액은 각각 최고점보다 27.7%, 67.0%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코스피가 54.5% 하락하는 동안 전체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각각 48.4%, 60.5%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된 2020∼2023년에도 코스피는 고점 대비 34.8% 하락했다. 이 기간 전체 수출액은 27.4%, 반도체 수출액은 54.5% 감소했다. 수출 경기 둔화가 기업 실적 악화와 증시 조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된 셈이다.
반면 최근 코스피는 고점 대비 33.9% 하락했지만 전체 수출과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실물 경기를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iM증권의 판단이다.
반도체 수출 단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반기 수출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대한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도 당장 신용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자본지출 증가로 잉여현금흐름(FCF)은 줄어들고 있지만 본업에서 창출되는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서다.
iM증권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곳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올해와 내년에도 20% 후반대의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닷컴버블 붕괴 전후로 시스코시스템즈와 인텔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정체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대한 우려도 단기간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CXMT 주가는 상장 첫날인 27일 466% 폭등했지만 이튿날에는 4.3% 하락했다. 중국 업체의 기술력 향상과 공급 확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지만,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고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실제 지표로 확인되고 국채 금리가 안정될 경우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세도 진정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나타난 패닉셀은 펀더멘털 악화보다 투자심리와 수급 영향이 크다”며 “과거 증시 조정 사례와 비교해도 현재 코스피의 하락폭은 과도하며 추가 조정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