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는 '1천㎞' 전기차 내놓는데… 한국은 안 만드나, 못 만드나
CLTC 기준 1008㎞ 주행거리와 5분 만에 끝나는 초고속 충전 "땅 좁은 한국에 과스펙?"…충전 지옥과 대기 스트레스 날릴 대안 보급형 넘어 프리미엄 장거리 시장 노리는 BYD, 국내 완성차 업계 긴장
[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배터리와 차량 제조를 병행하는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BYD가 1회 충전으로 1008㎞를 달리고 5분 만에 충전되는 플래그십 전기 세단 '왕조 한(Great Han)'을 27일 공개했다.
BYD에 따르면 왕조 한은 102.3㎾h 용량의 대형 LFP 배터리를 장착해 중국 CLTC 기준 1008㎞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여기에 1500㎾급 초고속 충전기를 물리면 단 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70%까지 채울 수 있다.
벤츠 S클래스를 넘어설 정도로 덩치가 크고, 최고출력 764마력의 고성능에 후륜 조향과 라이다 기반 주행 보조 시스템까지 채택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물론 1008㎞라는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중국 CLTC는 테스트 조건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부 인증을 거치거나 혹한기·고속도로 실주행에 돌입하면 실제 주행거리는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스펙이 가능한 이유는 BYD의 독보적인 수직계열화 체제 덕분이다.
배터리를 외부에서 사오는 일반 완성차 업체와 달리 BYD는 배터리 셀부터 차량 설계까지 자회사를 통해 한 번에 통제한다. 자사 배터리 특성에 맞춰 차체 바닥과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해외 경쟁사들이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주행거리 1000㎞ 고지'를 점령하는 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나 장거리 해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장거리 주행과 초고속 충전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가 쉽게 주행거리 1000㎞급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는 데는 현실적인 벽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 브랜드도 1~2억 원짜리 고가 차량으로 만들면 당연히 1000㎞를 뛰는 차를 만들 수 있다. 기술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전체 차량 가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싸다. 배터리를 무리하게 키워 1000㎞를 맞추면 차량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대중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140년 이상 다져온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 국내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배터리 비중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