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oci 유전자 이식한 부광약품의 '광 나는 IR'
실패도 성공도 담담하게...투명한 IR 방식 호평 불확실성과 과장 지양하는 오너 소통 방식 반영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부광약품의 기존 파이프라인이었던 'BK-001'은 연구를 중단해 파이프라인 현황 표에서 삭제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 후속 연구로 진행할 만한 수준의 회복 신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1일 부광약품이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김지헌 연구개발본부장은 온라인 기업설명회 화면에 띄운 파이프라인 현황에 BK-001이 담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습니다. 질의응답 순서가 남아있는 만큼 질의를 받은 뒤 답할 법도 했는데,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효용이 부족한 연구를 적절한 시점에 중단하는 것도 효율적인 경영 판단인데요. 이 점을 과장 없이 이유와 함께 드러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광약품 기업설명회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 김민규 경영전략본부장, 김지헌 연구개발부문장 등 각 분야 수장이 자신의 파트에 해당하는 2분기 실적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30분간 진행됐습니다. 한 투자자는 기업설명회가 끝난 후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아침무동증 치료제 후보물질 'CP-012'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기술이전 논의를 이날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글로벌 임상 진입 등 단일 이벤트만으로 별도의 기업설명회를 열어 파이프라인과 기업의 장밋빛 미래 가치를 설파하는 제약바이오 기업과 대조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성과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담담한 톤은 이어졌습니다. 주력 제품인 조현병·양극성 장애 치료제 '라투다'는 주요우울장애(MDD) 부가요법 적응증 확대를 위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으로 정식 승인받았습니다. 이에 정신과 영역에 이어 아리플러스, 브리페정 등 신경과 영역까지 CNS 포트폴리오를 본격 확장한다는 방침입니다. 콘테라파마가 '제네바', '스플라이스 인공지능(AI)', '리피드 링크' 등 신규 AI 툴 3종을 도입해 타깃 발굴 효율성을 높이고, 덴마크 세무 당국으로부터 RNA 신규 자회사 설립을 위한 사전 승인을 획득해 4분기 공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성과가 나지 않는 파이프라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 파이프라인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공유하는 모습은 OCI그룹 지주사 체제 속 이우현 회장의 소통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홍콩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시장과 투명한 소통을 중시해 온 이 회장은 평소 시장은 불확실성과 과장을 싫어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실관계와 글로벌 표준을 중시하는 소통 기조가, R&D 성과를 부풀리거나 불리한 파이프라인 중단·지연 이슈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취를 감추는 '깜깜이 IR' 관행의 반대편에 설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업설명회에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언론사 기자, 일반 주주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너의 소통 방식이 IR, PR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다른 제약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제약바이오 섹터 경색에 영향을 미쳤던 한 제약사의 관행을 꼬집기도 합니다.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가 질문하면 "밝힐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하다가 설명회가 끝나면 제3자를 연결해주고, 이 제3자는 궁금한 내용 이외의 설명만 하다가 또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식입니다. IR보다 회사에서 알리고 싶은 이미지나 브랜딩 중심의 광고로 시장과 소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IR, PR 부서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시장을 대하는 오너의 소통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부광약품의 이번 IR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배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