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로 규제완화 카드 다시 떠올랐지만…새벽배송보다 ‘의무휴업’이 더 뜨거운 이유
홈플러스 회생 계기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 재점화 새벽배송 허용 공감대에도 업계 “실익은 의무휴업 완화” 소상공인 반발 여전…규제 효과 두고 논쟁 이어질 듯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14년간 막혀 있던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유통업계의 관심은 새벽배송보다 의무휴업 규제 완화에 쏠리는 분위기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완화 방안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은 대형마트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월 2회 의무휴업도 적용하고 있다.
이번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홈플러스 사태가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점포 폐점과 영업 축소가 현실화되자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가 다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오는 9월까지 회생계획안 심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대형마트만 오프라인 영업 규제를 받는 사이 온라인 유통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2019년 20% 이상에서 올해 5월 8.1%까지 낮아진 반면 온라인 플랫폼 비중은 58%를 넘어섰다.
다만 새벽배송 허용이 곧바로 대형마트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이미 시장 주도권이 쿠팡 등 이커머스로 넘어간 데다 물류센터, 배송기사, 야간 인력 확보까지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온라인 물류센터와 PP(Picking & Packing)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새벽배송 비중은 전체 온라인 거래액의 일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과거 새벽배송을 운영했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중단한 경험이 있다.
증권가에서도 새벽배송보다 의무휴업 완화의 효과를 더 크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벽배송 규제 완화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의무휴업 규제가 점포 매출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의무휴업 제도로 기존점 성장률이 약 5%포인트 낮아지고 업체별 연간 영업이익도 5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규제 효과를 둘러싼 연구 결과도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지역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변 상권 매출이 함께 늘어난 사례도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소비자는 16.2%에 그쳤다.
반면 소상공인 단체들은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홈플러스 위기의 원인은 규제가 아니라 경영 실패라며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완화는 골목상권과 노동자 보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 완화가 추진될 경우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히 새벽배송 허용 여부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 규제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 완화만으로 대형마트 경쟁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만큼 배송 경쟁력과 상품 차별화, 점포 효율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새벽배송 허용은 상징성이 있지만 실제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는 의무휴업과 점포 운영의 자율성”이라며 “규제 완화 여부를 넘어 현재 소비 환경에 맞는 유통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