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갈린 투자 성적표…개인·외국인은 반도체로 울고, 기관·연기금은 금융·에너지로 웃었다
SK하이닉스 10조·삼성전자 6조 담은 개인…반도체 저가매수 집중 외국인은 반도체, 자동차로 분산했지만 순매수 종목 모두 하락 기관·연기금, 금융·에너지 비중 확대…GS 44%·SK이노베이션 37% 상승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코스피가 지난 6월 30일 8476.48에서 7월 24일 6690.62로 21.1% 급락하는 동안 투자주체별 종목 선택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개인과 외국인은 반도체·AI 관련주를 집중 매수했지만 큰 폭의 조정을 피하지 못했고, 기관과 연기금은 금융·에너지 등 방어력이 높은 종목을 담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로 몰린 개인·외국인…25~40% 급락에 투자 성적표 '희비'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순매수 규모는 10조626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6조30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두 종목에 쏠린 개인 순매수액만 16조9287억원이다.
개인은 반도체 대형주뿐 아니라 삼성전기 9128억원, HPSP 2416억원, 원익IPS 1852억원, SK스퀘어 1141억원 등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대거 담았다. 한화오션(2895억원)과 LS ELECTRIC(1331억원), 한화솔루션(1193억원) 등 조선·전력·에너지 종목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로는 반도체 투자 비중이 두드러졌다.
문제는 개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30일 265만원에서 이달 24일 175만9000원으로 3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3만4000원에서 24만9500원으로 25% 떨어졌다.
삼성전기는 39%, 원익IPS는 40% 급락했다. HPSP와 삼천당제약은 각각 34%, SK스퀘어는 35% 하락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도 각각 12% 내렸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한 곳도 없었다.
개인이 주가 하락 과정에서 꾸준히 매수한 만큼 해당 등락률을 실제 투자손익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매수 시점과 가격이 투자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월초부터 월말까지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개인은 낙폭이 커지는 종목을 계속 받아낸 셈이다.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며 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외국인 순매수 1위는 LG이노텍으로, 순매수 규모는 7852억원이었다. 이어 DB하이텍 3242억원, 리노공업 2887억원, ISC 2474억원, 한미반도체 2364억원 순이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대형주보다 파운드리와 반도체 장비·부품주를 골라 담았다. DB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리노공업과 ISC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 한미반도체는 HBM 장비 관련 종목이다. 반도체 기판과 전자부품 등 사업을 영위하는 LG이노텍을 포함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전기전자·반도체 공급망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들 종목도 급락장을 피하지 못했다. LG이노텍은 98만1000원에서 62만5000원으로 36% 떨어졌고 DB하이텍은 31% 하락했다. ISC는 26%, 한미반도체는 22%, 리노공업은 18% 내렸다.
외국인이 함께 담은 삼성물산과 신세계도 각각 27%, 33% 하락했다. 현대차는 19%, 현대로템은 8%, 현대모비스는 4% 떨어졌다. 외국인 역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지만 개인보다는 자동차와 지주사 등으로 매수 대상을 분산한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금융·에너지·통신으로 갈아탄 기관·연기금…상위 종목 줄줄이 상승
기관의 선택은 달랐다. 기관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6개 종목은 7월 급락장에서도 주가가 올랐다.
기관은 KB금융을 584억원 순매수했다. KB금융 주가는 이달 1일 15만9000원에서 24일 17만1500원으로 8% 상승했다. 신한지주도 223억원 순매수했으며 같은 기간 주가는 9% 올랐다.
에너지 종목의 성과는 더 컸다. 기관이 4196억원어치를 사들인 SK이노베이션은 9만4900원에서 13만100원으로 37% 상승했다. S-Oil도 기관이 3000억원 순매수한 가운데 주가가 25% 뛰었다.
통신과 방산도 하락장에서 버팀목이 됐다. 기관이 2833억원 순매수한 SK텔레콤은 13% 올랐고, 2435억원 순매수한 한국항공우주는 8% 상승했다. 반면 SK스퀘어(-35%)와 이수페타시스(-25%), 삼성전자우(-16%), 주성엔지니어링(-30%) 등 반도체·AI 관련 종목은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기관도 반도체 종목에서는 손실 구간을 피하지 못했지만 금융·에너지·통신주 상승이 이를 일부 상쇄했다.
연기금의 성적표는 기관보다 더욱 안정적이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7개 종목이 상승하거나 보합권을 유지했다.
연기금은 SK하이닉스를 4258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담았지만 동시에 에너지와 보험, 통신 종목으로 매수를 넓혔다. SK이노베이션을 2247억원, S-Oil을 1744억원, DB손해보험을 1095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은 37%, S-Oil과 DB손해보험은 각각 25% 상승했다. 연기금이 877억원 순매수한 GS는 6만6300원에서 9만5300원으로 44% 올라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13%,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 상승했다. 셀트리온은 2% 올랐고 파마리서치는 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은 8% 하락했다.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산 SK하이닉스는 34% 떨어졌지만 에너지·보험·통신·바이오 종목이 상승하면서 전체 순매수 포트폴리오의 하락 폭을 줄였다.
7월 수급은 같은 급락장을 바라보는 투자주체별 시각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낙폭이 큰 반도체 종목을 적극적으로 받아냈다. 외국인은 메모리 대형주 대신 반도체 장비·부품과 자동차를 선별했지만 시장 전반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반대로 기관과 연기금은 금융·에너지·보험·통신처럼 실적과 배당이 비교적 안정적인 종목을 함께 담았다. 특히 유가와 정제마진, 배당 기대 등이 반영된 에너지주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통신주가 급락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성과 차이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