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VC까지 검토 나선 민희진 회사…“매출 없는 엔터사 2000억 밸류 가능하나”
오케이레코즈 첫 투자유치 추진…에이티넘인베 검토 소속 아티스트·매출 없는 초기 법인…“창업자 개인 역량에 가격 매기는 구조” 법적 분쟁·엔터 투자 부진 사례도 변수…“투자 집행 전 리스크 검증 필요”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설립한 신생 연예기획사 오케이레코즈가 첫 외부 투자유치에 나선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기업가치의 적정성을 두고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아직 소속 아티스트와 확정 매출이 없는 초기 회사인 데다, 민 대표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여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벤처캐피털(VC)이 어느 수준까지 밸류에이션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오케이레코즈 투자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케이레코즈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떠난 뒤 설립한 법인으로,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유통, 공연 기획 등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회사는 신인 보이그룹 제작 계획을 밝히고 글로벌 오디션에 나선 상태지만, 아직 데뷔한 아티스트나 가시화된 매출은 없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사실상 민 대표 개인의 제작 역량과 브랜드 가치에 투자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f(x), EXO, 레드벨벳 등의 콘셉트와 브랜딩에 관여했고, 어도어에서는 뉴진스를 성공시킨 제작자로 평가받는다. 다만 오케이레코즈는 아직 별도 IP와 매출 실적을 입증하지 못한 신설 법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오케이레코즈의 밸류는 회사의 재무성과보다 창업자 개인의 트랙레코드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콘텐츠 산업에서는 크리에이터 역량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매출과 소속 아티스트가 없는 단계에서 2000억원 수준을 인정하려면 상당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출 없는 회사에 2000억…“검증된 IP 없는 밸류는 부담”
오케이레코즈의 투자유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실적 부재다.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업가치는 소속 아티스트의 계약 기간, 음반·공연·광고 매출, 팬덤 규모, IP 확장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오케이레코즈는 현재 신규 보이그룹 프로젝트를 예고한 단계로, 수익화가 확인된 아티스트나 콘텐츠가 없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오케이레코즈의 2000억원 밸류가 “미래 기대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가격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생 엔터사가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소속 아티스트의 흥행 가능성을 검증하기 전부터 대형 엔터사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엔터사는 콘텐츠가 성공하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지만, 실패하면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며 “아직 데뷔 일정과 멤버 구성, 제작비, 수익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2000억원 밸류를 정당화하려면 투자자에게 매우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도어와 뉴진스의 성과를 그대로 오케이레코즈의 가치로 이전해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당시에는 하이브라는 대형 플랫폼, 자본력, 인프라, 유통망,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민희진 개인 역량은 자산…다만 조직·자본·플랫폼 없이 재현 가능성은 별개”
민 대표의 제작 역량은 이번 투자 검토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뉴진스의 성공은 K팝 시장에서 민 대표의 브랜드 기획력과 콘셉트 설계 능력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는 과거 성과가 새로운 회사의 수익으로 반복될 수 있는지를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민 대표가 성공을 거둔 환경과 오케이레코즈가 놓인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SM과 하이브 시절에는 대형 기획사의 인프라와 자본, 글로벌 유통망, 연습생 풀, 기존 팬덤 기반, 마케팅 조직이 뒷받침됐다. 반면 오케이레코즈는 이제 막 조직을 꾸리는 단계다.
한 콘텐츠 투자 전문가는 “민 대표가 뛰어난 크리에이터라는 점은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스타 제작자의 역량과 독립 법인의 기업가치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터 사업은 창작자 한 명의 감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캐스팅, 트레이닝, 제작, 법무, 글로벌 유통, 팬덤 관리, 위기대응 조직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른바 ‘키맨 리스크’와도 연결된다. 회사의 가치가 특정 인물 한 명에게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해당 인물의 법적 분쟁, 평판 변화, 건강, 대외활동 리스크가 곧바로 기업가치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적 분쟁 진행 중…투자자 실사 핵심 변수
오케이레코즈 투자 검토 과정에서 민 대표 관련 법적 분쟁도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민 대표는 하이브·어도어 관련 분쟁의 중심에 있으며, 어도어와 뉴진스 출신 다니엘 측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어도어는 다니엘과 가족 1인, 민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며, 청구 금액은 330억원대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분쟁이 투자유치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생 회사의 경우 대표 개인을 둘러싼 소송 리스크가 투자 조건, 밸류에이션, 투자금 납입 구조, 진술·보장 조항, 풋옵션 등 계약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소송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는 분쟁 결과가 회사 운영과 평판에 미칠 영향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회사의 핵심 자산이 대표 개인 역량이라면 대표 관련 법적 리스크는 실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VC업계 관계자도 “투자 검토 단계에서는 법적 분쟁의 성격, 손해배상 가능성, 향후 언론 리스크, 회사 자산과 대표 개인 리스크의 분리 가능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밸류 할인 또는 조건부 투자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티넘, 두나무 ‘잭팟’ 뒤 정육각·왓챠 부진…플랫폼 투자 검증대
투자자로 거론되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판단도 관심이다. 에이티넘은 과거 두나무 초기 투자로 국내 VC 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든 투자사다. 두나무 기업가치가 약 500억원 수준이던 시기에 투자해 큰 회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플랫폼 투자 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근 일부 플랫폼 포트폴리오의 부진은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이 투자한 신선식품 플랫폼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 이후 차입 부담과 적자 확대가 겹치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정육각은 ‘오늘 도축한 고기를 오늘 배송한다’는 초신선 전략으로 주목받았지만, 신선식품 배송 경쟁 심화와 고정비 부담, 추가 자금 유치 난항 속에 재무 부담이 커진 사례로 꼽힌다.
OTT 플랫폼 왓챠도 부진 사례로 언급된다. 왓챠는 국내 1세대 OTT 플랫폼으로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내세웠지만, 글로벌 OTT와 대기업 계열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자본력 한계를 드러냈고 장기간 적자가 이어졌다. 최근 회생 절차 국면에 놓이면서 에이티넘의 콘텐츠·플랫폼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 패션 플랫폼 뉴넥스, 옛 브랜디와 명품 커머스 플랫폼 트렌비 등도 매출 감소와 적자 지속 등 경영 악화 사례로 거론된다.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는 성장성과 시장 선점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지만,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후속 투자 유치가 막히면 기업가치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티넘은 두나무 투자로 큰 성과를 냈지만, 정육각·왓챠 등 일부 플랫폼 투자에서는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시장에서는 매출이 없거나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높은 밸류를 주는 데 훨씬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케이레코즈 투자는 단순 엔터 투자가 아니라 창업자 브랜드와 미래 IP에 대한 선제적 베팅에 가깝다”며 “성공하면 상징성이 크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사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회사에 과도한 밸류를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엔터 투자 시장도 달라졌다…“스토리보다 회수 가능성”
이번 투자유치가 과거 엔터 스타트업 투자와 다른 점은 시장 환경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는 유명 제작자나 크리에이터가 설립한 회사에 초기부터 높은 가치가 붙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투자 시장은 수익성, 현금흐름, 회수 가능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흥행 변동성이 크다. 데뷔 전 그룹은 성공 가능성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데뷔 후에도 팬덤 형성, 음반 판매, 공연, 광고, 해외 진출이 단계적으로 확인돼야 기업가치가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단일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대규모 밸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IB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은 ‘누가 하느냐’보다 ‘무엇이 매출을 만들고, 언제 회수할 수 있느냐’를 본다”며 “오케이레코즈도 민 대표의 이름값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IP 확보 계획과 수익화 경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 입장 확인 필요…투자 조건이 관건
결국 관건은 실제 투자 조건이다. 2000억원 밸류가 단순 희망가격인지, 투자자와 논의 중인 기준인지, 실제 투자계약서에 반영될 가격인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투자금 규모, 보통주·상환전환우선주(RCPS) 여부, 리픽싱 조건, 대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조항, 후속 투자 유치 조건 등도 함께 확인돼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2000억원 밸류”라는 숫자보다 그 밸류가 어떤 조건에서 인정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신생 회사 투자에서는 표면 기업가치와 실제 투자자 보호 조건 사이에 차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레코즈가 민 대표의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K팝 IP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초기 고평가 논란은 성장 기대에 대한 선제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법적 분쟁과 실적 부재, 조직 미완성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번 밸류는 투자자와 시장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케이레코즈의 투자유치 성패는 민희진이라는 이름의 가치가 아니라, 그 이름이 실제 매출과 IP로 전환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은 기대와 리스크가 동시에 가격에 반영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