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가입 전 추적관찰 검사·임상시험 목적 입원, 유병자보험 고지 대상 아니다”
분조위, 간편심사보험 고지의무 위반 분쟁 2건 모두 소비자 손 들어줘 “추적관찰 목적 혈액검사는 ‘추가검사’ 아냐”…혈액암 진단비 지급 결정 임상시험 참여 위한 1박 2일 입원도 ‘질병으로 인한 입원’ 해당 안 돼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보험 가입 전 치료 없이 경과만 지켜보기 위해 권유받은 검사나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입원은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 청약 시 고지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관련 분쟁 2건에서 모두 소비자 측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 지급 취지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2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이달 24일 분조위를 열어 간편심사보험의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 위반 관련 분쟁 2건에 대해 이 같은 조정 결정을 내렸다.
간편심사보험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일반보험보다 고지 항목을 줄인 상품이다. 다만 청약서에 적힌 질문에 사실대로 답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고지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랐다.
첫 번째 사례의 쟁점은 가입 전 권유받은 혈액검사가 고지 대상인 ‘추가검사 필요 소견’에 해당하는지였다. A씨는 2023년 4월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한 뒤 2024년 7월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고 특정암진단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가입 전 3개월 이내인 2023년 3월 ‘두 달 후 혈액검사’를 권유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와 보험금 부지급을 통보했다.
분조위는 해당 혈액검사가 혈소판 수치의 추이를 살피기 위한 추적(경과)관찰일 뿐, 청약서상 추가검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례와 금감원의 기존 해석에 따르면 추가검사는 이상 소견이 확인된 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를 뜻하며, 병증 변화나 특별한 치료 없이 이뤄지는 정기검사나 추적관찰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분조위는 골수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혈소판 수치를 단순히 지켜보기 위해 일반혈액검사를 권유받은 점, 혈소판감소증 관련 치료나 처방이 없었고 수치도 안정적이었던 점, 일반혈액검사를 골수검사와 같은 정밀검사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입원이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는지가 다퉈졌다. B씨는 2022년 3월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한 뒤 2024년 초 입원 치료를 받고 간병인 사용 질병입원일당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B씨가 가입 전 3년 이내인 2019년 12월과 2021년 4월 신약의 투약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각각 1박 2일간 입원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분조위는 당시 B씨의 병증이 기존 치료약을 통한 통원치료로 관리 가능한 상태였고, 입원 자체가 임상시험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질병으로 인한 입원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입원기록지에 입원 목적이 임상시험으로 기재돼 있고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진단서가 발급된 점, 임상시험 계획서에 따라 참여자 전원에게 동일한 투약과 혈액채취가 이뤄져 개별 치료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이번 조정안은 양 당사자가 각각 통지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모두 수락하면 성립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 결과를 계기로 간편심사보험에서 보험사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보험금 지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며 “앞으로도 분조위를 적극 개최해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