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막히니 카드론으로...카드사 관리목표 줄줄이 초과
카드론 잔액 5개월새 1조원 가까이 늘어, 대부분 자체 목표치 초과 롯데·NH 4%대 성장, 개별 카드사 온도차 뚜렷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카드사들이 세운 카드론 관리 목표가 올해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 기조 속에서도 카드론 잔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대부분 카드사가 스스로 정한 성장률 상한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론은 작년 말 42.3조원에서 지난 5월 43.3조원으로 늘어나며 5개월 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카드사들의 가계대출(카드론) 관리 목표는 연간 1.0% 수준으로 잡혀 있지만, 대부분 카드사가 이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는 연초 대비 4%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2% 이상,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1% 후반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관리 목표를 웃도는 곳이 대다수인 셈이다.
카드론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개인 신용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화되면서, 은행권에서 밀려난 자금 수요 일부가 카드론으로 옮겨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심사가 덜 까다로운 카드론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카드 이용실적 자체의 성장은 더딘 상황이라,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론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수익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판(신용판매)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마진이 갈수록 얇아지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관리 목표를 알면서도 카드론 취급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업계에서는 카드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려면 적어도 2026년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카드론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예상됐던 업황 개선이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판 자산의 채산성 저하와 대손비용 부담 역시 카드사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혀온 만큼,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아 있다.
카드사별로 온도차가 크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처럼 4%대 성장을 기록 중인 곳과, KB국민카드·현대카드처럼 1%대 후반에 머무르는 곳 사이의 격차가 상당하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가계대출을 조이는 사이 상호금융이나 새마을금고 쪽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어(올해 11조원가량 증가, 4% 내외 성장), 카드론 역시 규제 사각지대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유입되는 흐름은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카드사별 고객 구성과 리스크 관리 전략이 다른 만큼 증가율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하반기에는 건전성과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를 고려해 카드론 운영을 보다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