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2%·SOXL 16%↑…반도체 ‘방향’과 레버리지 ‘증폭’ 갈렸다
마이크론 12.02%·AMD 8.09% 급등…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5.43%↑ SOXX 5.50% 오를 때 3배 상품 SOXL 15.78% 상승 한국 단일종목 ETF 없는 미국서도 반도체 급반등…업황·낙폭 과대 영향 유가 91달러·미 10년물 4.63%…실적 앞둔 선매수 성격은 경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근 증시 급락의 단독 원인으로 보는 데 ‘착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뉴욕증시에서도 메모리·반도체주가 급반등했다.
한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무관한 미국 시장에서도 반도체주가 같은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면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락을 국내 상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미국에서도 3배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 ETF보다 세 배 가까이 오르면서 레버리지가 가격의 방향보다는 변동폭을 키운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21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전 거래일보다 12.02% 오른 970.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85.71달러까지 올랐으며 거래량은 4868만주를 넘어섰다. AMD는 8.09%, 엔비디아는 1.96%, 브로드컴은 2.13% 상승했다.
반도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SOXX는 5.50% 오른 552.69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SOXL은 15.78% 급등한 15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가는 160.64달러였다.
韓 상품 없어도 반도체 급등…방향은 글로벌 시장이 만들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2% 오르며 이틀째 반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9%, 나스닥지수는 1.29% 상승하며 반도체주가 뉴욕증시 전체를 끌어올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주 후반 6월 말 고점보다 20% 이상 떨어져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간밤 상승은 새로운 실적 발표보다는 최근 낙폭이 컸던 반도체주를 실적 발표 전에 다시 사들이는 성격이 강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린지 벨 248벤처스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적 발표 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면 실제 실적이 좋아도 추가 상승의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급상승 이후 조정이 시작된 시점에 도입돼 “마치 이것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투자자들이 상품 도입 이후 낙폭 확대와 손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에 신속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간밤 미국 시장은 이 발언이 짚은 두 측면을 동시에 보여줬다. 한국 단일종목 ETF가 없는 미국에서도 마이크론과 AMD를 중심으로 반도체주가 급등한 만큼 주가 방향은 글로벌 업황 전망과 낙폭 과대 인식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SOXX가 5.50% 오르는 동안 SOXL이 15.78% 상승한 것은 레버리지 상품이 방향을 만들지 않더라도 상승과 하락의 폭을 확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반도체주 하락의 근본 원인인지와, 장 마감 전 재조정·헤지 거래를 통해 변동성을 키웠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삼전·하이닉스 반등도 정책 발언만으로 설명 어려워
전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반등하며 코스피가 3.6% 상승했다. 대통령의 레버리지 ETF 보완 지시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전날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 기관·프로그램 수급이 동시에 작용했다.
이후 마이크론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의 반등이 한국 정책 이벤트에만 국한된 움직임은 아니었다는 정황이 강해졌다. 미국 메모리주의 강세가 장 마감까지 이어지면서 22일 국내장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날 순매도했던 SK하이닉스 매수로 돌아서는지가 관건이다.
다만 마이크론은 이번 주 들어 반등하기 전 지난주에만 13.3% 하락했다. 이틀간의 상승으로 급락분을 되돌리는 과정인 만큼 반도체 조정이 끝났거나 새로운 상승 추세가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유가 91달러·금리 4.63%…실적 기대가 거시 부담 압도
거시경제 환경은 반도체주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및 홍해 운송 차질 우려로 2.08% 오른 배럴당 91.08달러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92달러에 근접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전날 4.60%에서 4.63%로 상승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날은 알파벳·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주요 기술기업 실적을 앞둔 반도체 선매수가 유가와 금리 부담을 압도했지만, 실제 실적과 전망이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간밤 월가의 흐름은 레버리지 상품에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SOXX와 SOXL의 상승률 차이는 레버리지의 증폭 효과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만 한국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 시장에서도 메모리와 반도체주가 같은 방향으로 급등한 점은 최근 주가 방향을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하나의 책임으로 돌리는 해석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상품이 만든 변동폭과 투자자 손실은 줄이되, 글로벌 업황이 만든 가격 방향과 레버리지 구조가 키운 진폭을 구분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