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LTA 늘리고 증설 속도…AI 부품 공급망 주도권 강화

MLCC 연간 계약 확대, 빅테크와 LTA 체결
 세종·부산 23조원 투자로 생산능력 강화

2026-07-21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기가 AI 부품 시장 변화에 맞춰 계약 방식을 바꾸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선계약을 확대하는 동시에 AI 서버용 기판 생산능력을 늘리며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AI 서버용 MLCC에 대해 내년 연간 물량을 미리 확정하는 선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MLCC와 기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AI 반도체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공급 확보가 중요해지자 계약 구조와 생산 전략에 모두 변화를 주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MLCC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말 글로벌 대형기업과 45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공급 시점이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반년 이상 앞서 내년 연간 물량을 미리 확정했다. 스팟 거래가 일반적인 MLCC 시장에서 연간 단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MLCC 공급 부족이 계약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LCC 업계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반년 이상 앞서 체결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AI 서버용 MLCC의 공급 부족과 높은 수요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에도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총 2년간이다. 삼성전기는 당시 "글로벌 고객사와 주요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2027년 이후 공급 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장기공급계약(LTA)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기

이같은 계약 방식의 변화는 기판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AI·데이터센터용 대면적 FC-BGA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고객사들은 LTA나 선급금 지급 등을 통해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공급사 역시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계약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는 계약 과정에서 10% 이상의 선급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계약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2일 세종사업장에 AI 서버용 FC-BGA 생산라인과 연구개발(R&D) 시설 확충을 위해 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하루 뒤에는 부산사업장에 2040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도 공시했다. 두 사업장을 합친 투자 규모는 23조원에 달한다.

역할도 분담했다. 세종은 AI 서버용 FC-BGA 글로벌 제조 허브로 육성하고, 부산은 AI 서버용 패키지기판과 고부가 MLCC 핵심 생산라인 및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부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기판과 MLCC를 동시에 확대해 공급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증설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종사업장 공사를 맡은 삼성E&A는 최근 현장 인력 채용에 나서며 착공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장기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이 설비 투자의 근거가 되고, 확대된 생산능력이 다시 추가 수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판 생산라인은 장비 반입과 수율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AI용 FC-BGA 공급 부족과 공급자 우위 시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부품은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을 우선하면서 장기 계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생산라인 증설에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급자 우위 시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