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이엔지, 사이클 타고 반도체 클린룸 수주 확대…실적 회복 '시험대'
FFU 중심 클린환경 매출 비중 94% 실적 반등은 현금 창출력이 변수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AI 반도체발 팹 증설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공장의 '심장부'인 클린룸을 짓는 신성이엔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형 클린룸 수주를 잇달아 확보한 데 이어 반도체 고객사의 신규 투자 확대가 예고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성이엔지는 삼성물산·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Ph1 공사와 클린룸 제품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통합 약 37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의 약 6.5%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형 반도체 투자 재개가 실제 클린룸 발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성이엔지의 핵심은 반도체 클린환경 사업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93.8%가 클린환경 사업에서 발생했으며,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은 5.6% 수준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에 필요한 클린룸 장비와 공조 설비가 회사 실적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구조다.
클린룸은 반도체 공정의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다. 공기 중 초미세 입자와 온·습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공기 정화와 기류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청정도 기준도 높아져 클린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성이엔지의 경쟁력은 핵심 클린룸 장비를 자체 개발·생산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행하는 일괄 수행 역량에 있다. 클린룸의 핵심 장비인 FFU(Fan Filter Unit)를 비롯해 EFU, ICF, EDM 등을 직접 개발·생산하고 설계부터 제작, 설치공사(EPC)까지 수행한다.
FFU는 초미세 입자를 99.9999% 이상 제거해 클린룸의 청정도를 유지하는 핵심 장비이며, EFU는 생산장비 내부의 공기 흐름과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ICF는 화학물질 제거 기능을 더한 FFU이고, EDM은 공기 청정과 제습 기능을 통합한 장비다.
시장 지배력도 높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FFU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24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49년간 축적한 공조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공장의 공기 정화 설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생산부터 시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사업 구조도 강점으로 꼽힌다. 고객사와 기본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장비 제작과 시험, 납품, 설치공사, 준공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미국과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헝가리 등 11개국 법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와 첨단산업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주 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1분기 클린환경 사업부문에서 4246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수주총액(6901억원)의 61.5% 수준이다. 아울러 하반기 매출에 반영될 수 있는 올해 1분기 수주잔고는 293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동시에 늘어난 탓에 수익성 개선은 아직 진행형이다. 클린룸 사업 특성상 수주 이후 설계와 제작, 시공을 거쳐 매출이 인식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늘어난 수주를 얼마나 빠르게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 업체들의 신규 팹 투자가 재개되면서 클린룸 시장도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며 "FFU와 공조 설비를 자체 생산하고 EPC 역량까지 갖춘 업체는 많지 않아 대형 투자 사이클에서는 신성이엔지와 같은 전문기업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