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대전환①] 퇴직연금 '머니무브'…증권사 시대 열렸다

증권사 퇴직연금 46.5% 급증…금융권 비중 30% 육박 DC·개인IRP 중심 '머니무브'…투자형 연금 경쟁 본격화 미래·삼성·한투 고속 성장…ETF·디지털 서비스 앞세워

2026-07-20     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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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가 주도해온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 적립금이 가파르게 늘어나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상품 경쟁력과 장기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들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163조30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1조4822억원보다 46.5% 증가한 규모다.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1조1633억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 비중은 29.6%로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1%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5%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적립금을 32조1384억원에서 52조210억원으로 61.9% 늘렸고, 삼성증권은 17조2783억원에서 28조919억원으로 62.6% 증가했다. 이어 유안타증권(56.4%), 하나증권(52.1%), 한국투자증권(50.3%), 신영증권(48.7%), NH투자증권(43.4%), KB증권(41.6%), 신한투자증권(41.2%) 등 주요 증권사가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적립금 52조원을 돌파하며 금융권 상위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58조8888억원, 삼성생명은 57조3963억원, KB국민은행은 53조4813억원, 하나은행은 53조1661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KB국민은행·하나은행의 격차는 1조원 안팎까지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DC와 개인형 IRP 시장 확대를 꼽는다. 과거에는 기업이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DB)이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하는 DC와 개인형 IRP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수익률과 상품 경쟁력, 자산관리 서비스가 사업자 선택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DC와 개인형 IRP에서 증권사들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DC 적립금은 23조8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5% 증가했고, 개인형 IRP는 22조5418억원으로 73.1% 늘었다. 삼성증권 역시 DC 적립금이 11조3037억원으로 98.5%, 개인형 IRP는 12조8047억원으로 71.8%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DC 적립금이 7조9469억원으로 81.7%, 개인형 IRP는 10조8312억원으로 85.3%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성과가 투자상품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ETF를 활용한 장기 투자 전략과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모바일 기반 연금관리 서비스와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DC·개인형 IRP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단순히 금리만 보기보다 장기 수익률과 투자 선택권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DC와 개인형 IRP 고객의 투자 수요에 맞춰 ETF를 비롯한 상품 라인업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한 점이 적립금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