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4.5%·기준금리 인상 '이중고'…카드사 조달비용 비상
여전채 3년물, 4년 1개월 만에 4.5%대 재진입…조달금리 상승세 지속 하반기 만기 약 12조6000억원…차환 부담 확대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금리가 4년 1개월 만에 4.5%대로 올라선 데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서 조달비용이 이중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만 약 12조6000억원 규모의 여전채 만기가 몰려 있는 만큼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론과 리볼빙 등 소비자 대출금리 인상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자금 대부분을 채권 발행에 의존하기 때문에 여전채 금리 상승은 곧바로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2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3년 만기 여전채 평균 금리는 지난 14일 연 4.5%를 기록하며 2022년 6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치로 올라섰다. 1년 전 같은 시점보다 1.679%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카드사의 조달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통위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반기 만기 약 12조6000억원…차환 부담 커진 카드업계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을 여전채 발행에 의존한다. 회사별 여전채 의존도는 하나카드가 84.1%로 가장 높고 우리카드(79.9%), 삼성카드(62.4%) 등 대부분 60~80%대 수준이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곧바로 신규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의존도가 높은 카드사일수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만기 도래 카드채 규모는 약 16조~1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하반기 만기 규모는 7월 14일 기준 약 1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수준이다.
과거 3%대 금리로 조달했던 채권을 현재 4%대 후반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만큼 이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카드채는 올해 1월 약 8605억원 순상환을 기록하며 연초 기준으로는 2022년 이후 처음 순상환 기조를 나타냈다. 카드사들이 고금리 부담으로 신규 발행을 줄이고 차환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3개월 시차 두고 대출금리 반영"
업계에서는 여전채 금리 상승이 카드론과 리볼빙, 자동차할부 금리 등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분이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니고 통상 2~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며 "각 회사가 조달원가와 신용비용 등을 반영해 여신가격협의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기준금리와 조정금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여전채 금리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진 만큼 하반기에는 소비자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개별사별로 보면 조달 구조에 따른 대응 여력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삼성카드는 회사채 의존도(62.4%)와 조달비용률(약 3.0%)이 상대적으로 낮아 방어력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반면 신한카드는 의존도(73.6%)가 높아 금리 상승 부담이 크고, KB국민카드는 의존도를 76.4%에서 69.9%로 낮췄지만 하반기 3년물 만기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차환 부담이 두드러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 상승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만큼 당분간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금융과 PLCC, 프리미엄 카드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플랫폼 등 비카드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이 조달비용 상승이 순이자마진(NIM)과 자산건전성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7월 23일, 삼성카드는 7월 27일 2분기(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