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전쟁] 14조 실탄 CXMT 상장 임박…'레거시 D램' 캐파 맹추격

中 증시 사상 최대 '14조원' IPO…메모리 3강 체제 정조준 범용 D램 캐파 빠르게 늘어…연말 캐파 마이크론 턱밑까지

2026-07-16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4위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1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거머쥐며 증시에 입성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주력하며 발생한 범용(레거시) D램 시장의 공백을 CXMT가 빠르게 잠식하면서, 견고했던 메모리 3강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오는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공식 상장한다.

확정된 공모가는 주당 8.66위안이며, 초과배정옵션(그린슈)을 전량 행사할 경우 조달 금액은 최대 666억 위안(약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295억 위안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2010년 이후 중국 본토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공모가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은 단숨에 12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AI 열풍에 따른 D램 수요 급증과 가격 반등이 이번 IPO 흥행을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CXMT는 올해 1분기에만 330억 위안(약 7조24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증명했다. CXMT는 커촹반 공모설명서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 1100억~1200억 위안(약 24조~26조원), 순이익 660억~750억 위안(약 14조5000억~16조4000억원) 수준의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2분기에도 1분기 수준 이상의 이익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글로벌 D램 시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CXMT의 폭발적인 생산능력(캐파) 확대 속도다. 올해 말 기준 CXMT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월 35만장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위 업체인 마이크론(월 38만5000장)을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다.

중국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메모리 쌍두마차는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HBM과 DDR5 등 첨단 공정에 설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존 범용 D램 시장을 CXMT가 막강한 물량을 무기로 꿰차며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달된 14조원의 실탄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를 넘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강력한 지렛대로 쓰일 예정이다. CXMT는 5세대 공정 플랫폼과 LPDDR6 등 차세대 규격 연구개발(R&D)에 자금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나아가 업계 일각에서는 CXMT가 HBM3 양산 단계를 건너뛰고, 자국 내 화웨이 등 팹리스의 AI 칩 수요를 겨냥해 곧바로 5세대인 HBM3E 개발로 직행하는 이른바 '퀀텀점프'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HBM 관련 계획은 커촹반 공모설명서에는 담기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가 도리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자립을 향한 절박함을 자극했고, 이것이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천문학적인 자본 유입과 맞물리며 성장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차기 기기에 CXMT 칩 탑재를 저울질하며 품질 테스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산 메모리가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주요 공급망을 위협하는 변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단기간에 선단 공정이나 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뛰어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14조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레거시 시장에서 공격적인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향후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도래했을 때 글로벌 D램 가격 방어에 치명적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애플 공급망 진입 시도에서 엿볼 수 있듯,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끈질기게 늘려가려는 중국의 굴기 전략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