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열풍의 그림자③] 단일 레버리지 ETF 과열에 당국도 딜레마…상폐도 규제도 쉽지 않다

거래 상위 '싹쓸이'한 단일 레버리지…증시 과열 우려 확산 기관·외국인 헤지 거래에 삼성·하이닉스 거래대금 압도 기본예탁금·의무교육 검토…실효성엔 물음표 투자자 보호와 정책 책임 사이…당국 깊어지는 고민

2026-07-16     정수진 기자
기관·외국인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한 달여 만에 국내 증시 거래대금 상위권을 장악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자산운용사들을 불러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미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만큼 시장에서는 과열을 진정시킬 뚜렷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거래대금 쏠림…기관·외국인 매수·매도 압도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거래대금 상위 종목에는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3위),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4위), TIGER 200선물인버스2X(5위),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8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이 일상이 된 것이다.

이 같은 거래는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버리지 ETF 운용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LP)와 기관,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반복적으로 사고팔며 헤지 거래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크게 늘어나지만 장기 투자 목적의 순매수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단기 매매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 데이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기관합계 거래대금 매도 상위 1·2위는 SK하이닉스(53조3746억원), 삼성전자(33조9396억원)였다. 같은 기간 매수 역시 SK하이닉스 51조7794억원, 삼성전자 35조1756억원으로 두 종목이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비슷한 모습이다. 매도 거래대금은 SK하이닉스 57조108억원, 삼성전자 34조5033억원, 매수 거래대금은 SK하이닉스 50조9647억원, 삼성전자 28조680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대금 3위 종목인 SK스퀘어 매수·매도는 모두 6~7조원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래 규모가 다른 종목보다 최소 4배에서 최대 8배 가까이 많았던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실적이나 기업가치보다 ETF 수급과 헤지 거래에 의해 좌우되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단기 매매가 과열되면서 시장이 사실상 '도박판'처럼 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 강화 나선 금융당국…기본예탁금·교육 강화 실효성은 의문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운용사들에 과장 광고 자제, 고위험 상품 리스크 안내 강화, LP와의 괴리율 관리 등 투자자 보호 노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시장 과열을 완화할 구조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교육 의무 강화 등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본예탁금을 높일 경우 고액자산가 중심으로만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투자자 교육 역시 고위험 상품 투자 의지가 강한 투자자에게는 실효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최근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이 어느 정도 문제인 것 같다"며 "긴밀히 점검하고 고민해서 보완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관련 비판은 저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시 거래중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은 시장이라는 영역이 있어서 그렇게 했을 때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한 투자자금이 유입된 만큼 강제 상장폐지나 조기 청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투자자 손실뿐 아니라 상품 신뢰 훼손, 운용사와 LP의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제시하고 시행령까지 개정해 도입한 상품인 만큼 규제 수위를 결정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 직후 상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도 규제 강화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