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브로커 '활개'…국책금융 사후관리 도마에

유튜브·플랫폼 타고 개인사업자 공략 정책대출 미끼로 보험 판매·수천만원 강의료 논란 중기부, 컨설팅 등록제·신고포상제 추진 전문가 “복잡한 절차와 부실한 안내가 브로커 시장 키워”

2026-07-16     한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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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정책자금 1억원 받는 법”, “개인사업자 정부자금 승인 노하우”, “대표님도 무담보 정책자금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와 온라인 광고를 중심으로 정책자금 컨설팅을 앞세운 영업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유료 강의업자와 컨설팅업체들은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을 상대로 정책자금 신청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고액 강의료나 컨설팅 수수료를 요구한다. 정책자금을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정보 부족과 불안을 파고든 것이다.

최근 KBS ‘추적60분’은 정책자금 컨설팅 강의 시장의 실태를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한 보험설계사는 9년 전 ‘정책지도사’ 고액 강의를 500만원가량 주고 수강했다. 당시 강의는 정책자금 컨설팅을 통해 월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강사는 정책금융지도사가 국가등록 자격증이라고 설명했고, 수강생 성공 후기도 신뢰를 더했다.

하지만 강의에서 배운 방식은 정책자금 신청 서류 준비를 돕고, 그 과정에서 보험을 가입시켜 보험 모집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 정책대출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정부 정책자금을 미끼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꺾기’ 방식에 가까웠다.

해당 방송에서 피해자는 정책자금 대출을 돕는 과정에서 월 보험료가 240만원이 넘는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했고, 보험사로부터 약 14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책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은 명백한 불법 소지가 있는 행위다.

이후 수강생들은 강사와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해당 강사가 국가 자격증을 보유한 것처럼 거짓·과장 광고를 하고, 처벌 가능성을 은폐했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해당 강사는 최근까지도 유사한 정책자금 강의를 판매하고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60기 수강생을 모집했고, 맛보기 강의 참가비는 1인당 12만원이었다. 본 강의 수강료는 1800만원, 2200만원, 3300만원 등 고액으로 제시됐다. 강의 현장에서는 카드 단말기를 든 관계자들이 수강 등록을 유도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강사는 강의 중 “중기부가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를 만들고 있고, 자신이 현장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거나 “장관과 미팅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방송에 “해당 강사가 현장 전문가로 참여한 사실이 없고, 장관과 미팅했다는 발언도 허위”라고 답했다.

정책자금 브로커 논란이 단순 온라인 광고를 넘어 고액 강의, 보험 판매, 정부 권위 활용성 홍보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타고 번진 ‘정책자금 강의’

정책자금 브로커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브로커가 세무사 사무실, 지역 상공인 네트워크, 지인 소개 등을 통해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과 검색 광고, 오픈채팅방,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통해 개인사업자를 직접 모집한다. “정부자금 승인률을 높여준다”, “사업계획서를 대신 써준다”, “은행 방문 없이 가능하다”는 식의 문구로 정책자금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공보수, 선입금 강의료, 보험 가입 권유, 사업계획서 대필, 허위 매출자료 작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는 정책자금 승인 후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요구하고, 자격이 부족한 사업자에게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 피해를 키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제3자 부당개입을 정책자금 신청업체에 재직하지 않으면서 정책자금 신청 및 대출 과정에 개입해 중소기업 피해를 유발하고 정책목적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중진공은 관련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정책자금 신청은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소상공인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절차”라며 “외부인이 허위 자료를 만들거나 서류를 대필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면 차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브로커가 먹히나…절차 복잡성과 정보 비대칭

브로커 시장이 커지는 근본 원인은 정책자금 신청 절차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은 기관별로 운영 주체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기관마다 자금 성격과 심사 기준, 제출 서류가 다르다. 신청자는 자신의 업종, 매출, 업력, 신용상태, 담보력, 보증 가능성에 따라 어떤 자금을 신청해야 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매장 운영과 인력 관리, 세금 신고,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개인사업자가 정책자금 공고를 일일이 확인하고, 재무제표와 사업계획서, 매출 증빙, 세금 납부 내역 등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전문가는 “정책자금은 필요한 사람일수록 신청 절차를 어려워한다”며 “브로커가 ‘대신 해주겠다’고 접근하면 비용을 내고라도 맡기고 싶다는 수요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브로커 문제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긴다”며 “정책자금 제도가 실제 수요자에게 충분히 쉽게 설명되고 있는지, 상담 인력이 충분한지, 신청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어디까지 지원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도 제도 손질…컨설팅 등록제 추진

정부도 정책자금 브로커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정책금융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자금이나 연구개발 지원사업 신청 과정에서 외부인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컨설턴트의 자격, 금지행위, 제재 근거를 법제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기부는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 검토와 함께 제3자 부당개입 실태조사, 신고포상금 제도, 신고자 면책제도 등을 논의했다. 올해 상반기 중 관련 법 개정안 마련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고포상제는 불법 브로커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다. 신고자 면책제도는 부당개입에 연루된 중소기업·소상공인이라도 적극적으로 신고할 경우 대출금 회수나 신규 지원 제한 등 불이익을 일부 완화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컨설팅 등록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등록제가 도입되더라도 미등록 브로커는 음성화될 수 있고, 등록 컨설턴트가 사실상 수수료 영업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규제 전문 변호사는 “컨설팅 등록제는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만드는 효과는 있지만, 브로커 시장을 없애는 해법은 아니다”며 “정책자금 심사 과정에서 허위 서류, 동일 IP 반복 신청, 유사 사업계획서, 비정상 수수료 계약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금융기관 책임도 커졌다

정책자금 브로커 문제의 책임은 브로커와 차주에게만 있지 않다. 국책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책임도 함께 거론된다.

정책자금은 공적 목적을 가진 저리 자금이다. 따라서 기관은 대출 승인 단계에서 차주의 자격과 상환 능력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이 실제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신청 건수가 많고, 현장 인력은 부족해 사후관리가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책자금이 브로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신청되거나, 특정 컨설팅업체가 다수 차주의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정황이 있어도 초기에 걸러내기 어렵다. 온라인 신청 과정에서는 동일 IP, 유사 문장, 동일 연락처, 같은 세무대리인·컨설턴트의 반복 개입 등을 추적해야 하지만 기관별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관리가 어렵다.

한 국책금융기관 출신 관계자는 “정책자금은 신청 단계에서는 서류심사, 실행 이후에는 용도 점검이 핵심인데 두 단계 모두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면 브로커 개입을 사전에 막기 어렵다”며 “기관별로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심 사례를 공유하는 통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륜당 사례도 정책금융기관의 사후관리 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명륜당은 산업은행 등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계열 대부업체에 대여했고, 이 자금이 가맹점주 고금리 대출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명륜당과 계열 대부업체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자금이 원래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는 결국 공급기관의 심사와 사후관리 문제로 이어진다”며 “대출금 회수에 성공했는지보다 공적 자금이 정책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를 따지는 기준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유튜브 광고 관리도 사각지대

정책자금 브로커 시장이 커진 또 다른 이유는 온라인 광고 관리의 사각지대다.

유튜브와 포털, 오픈채팅방에는 정책자금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 중에는 단순 정보 제공 콘텐츠도 있지만, 일부는 사실상 유료 컨설팅이나 대출 알선 영업으로 이어진다. “정부지원금”, “무담보 정책자금”, “저신용자 가능”, “사업자대출 승인 노하우” 같은 표현은 금융상품 광고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금융당국의 광고 심사나 판매 규제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한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는 “정책자금 컨설팅 콘텐츠가 정보 제공인지, 유료 알선인지, 허위·과장 광고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며 “플랫폼 사업자도 정부 지원정책을 미끼로 한 광고에 대해 모니터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 개인 채널이나 오픈채팅방, 비공개 커뮤니티까지 일일이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기관이 브로커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경고 문구를 내더라도 실제 수요자에게 닿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피해는 결국 소상공인과 세금으로 돌아간다

정책자금 브로커 문제의 최종 피해자는 소상공인과 국민이다.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사업자는 대출금을 받더라도 실제 운전자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허위 서류나 부정 신청에 연루될 경우 대출금 회수, 지원 제한, 형사처벌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반대로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사업자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국민 부담도 커진다. 정책자금은 정부 예산, 보증기관 재원,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여력으로 운영된다. 부적절한 신청과 부정 수급이 늘어나면 정책금융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손실은 결국 공공 재정과 금융기관 부담으로 돌아간다.

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정책자금 브로커 문제는 단순히 일부 컨설턴트가 수수료를 챙기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책금융이 필요한 기업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공적 자금의 배분 질서가 훼손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쉽게 신청하게 만드는 것도 감독”

전문가들은 정책자금 브로커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과 함께 신청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 신고포상제, 컨설팅 등록제, 서류 간소화, 사업계획서 작성 지원 시스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책자금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브로커를 찾는다는 것은 제도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며 “공공기관이 직접 상담과 신청서 작성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브로커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부통제 전문가는 “정책자금 감독은 부정 신청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정상 신청자가 쉽게 접근하게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며 “신청 절차가 복잡할수록 브로커 시장은 커지고, 심사 기관은 사후 적발에만 매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책자금 브로커 논란은 개인사업자의 무지나 일부 브로커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복잡한 제도, 부족한 안내, 온라인 광고 사각지대, 기관별로 흩어진 심사·사후관리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다. 정책금융이 ‘받는 사람만 아는 자금’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사업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하려면, 브로커 처벌과 함께 국책금융기관의 안내·심사·사후관리 책임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