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손보 M&A, 매각가보다 중요한 '넥스트 레벨'

신한금융, JKL파트너스와 매각가 1조원 안팎 협상...롯데손보 유력 인수 후보 롯데손보, 1분기 말 기본자본 킥스 -21.4%...인수 후 자본확충 '과제' JKL 체제서 장기보험·디지털 강화...대체투자 부실은 부담 2021년 이후 신규 대체투자 중단...내부선 '관리 모드' 장기화 등 우려 매각 성패는 가격 아닌 '그다음'...투자·인력·보험 본업 장기 성장 전략 중요

2026-07-16     이준성 기자
[사진=롯데손해보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0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에서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배운 원칙을 소개했다.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얻는 것이다(Price is what you pay. Value is what you get)." 이 말은 기업 인수·합병(M&A)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가격은 계약할 때 정해지지만 가치는 인수 이후에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롯데손해보험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롯데손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신한금융그룹이 거론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1조원 안팎의 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오는 23일 상반기 실적 발표 전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거래가격은 출발점일 뿐이다.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인수대금에서 끝나지 않는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21.4%로, 2027년부터 적용될 규제치(50%)를 밑돈다. 금융당국이 조건부 승인한 경영개선계획도 1년 6개월간 이행해야 한다. 인수 이후 자본확충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유다.

롯데손보 내부의 시선도 매각가보다 인수 이후의 변화에 쏠려 있다. 최근 롯데손보 일부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눈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들이 새 주인이 자본 기반을 보강하고 자산운용과 보험 본업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LIG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에 편입돼 KB손해보험으로 재출범한 사례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JKL 체제'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일례로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 가운데 장기보험 비중(퇴직연금 제외 기준)은 2019년 72%에서 지난해 90%로 확대됐다. 아울러 롯데손보는 2023년 보험 플랫폼 '앨리스'를 선보인 뒤 디지털 채널 확장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다만 JKL 체제가 남긴 부담도 분명하다. 대체투자 부실이다. 2024년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2018~2020년 집행된 항공기·선박, 호텔,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실이 코로나19 이후 현실화했으며 스트레스 테스트와 사후관리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투자 시기가 2019년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인수 전후에 걸쳐 있어 책임을 어느 한쪽에 돌리기는 어렵지만 누적된 대체투자 위험이 이후 운용전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2021년 이후 신규 대체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향후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자본 부담을 낮추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위험 축소 중심의 기조가 장기화하면 영업전략의 유연성은 물론 자산운용 역량과 수익 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전성을 회복한 뒤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필요한 배경이다.

내부의 우려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앞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롯데손보 구성원 사이에서 자산운용 조직이 신규 투자보다 기존 자산 관리·정리에 치우친 '관리 모드'에 매몰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인력이 이탈하거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회사 측 입장과 상반되는 대목이지만 적어도 조직 일부에서는 현 운용 기조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새 주인은 자본확충에 그치지 않는 장기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는 신규 대체투자의 재개 여부와 위험관리 원칙, 조직의 활력을 높일 방안, 보험 본업의 성장 경로까지 담겨야 한다. KB손보 사례가 내부에서 회자되는 이유도 인수 자체가 아니라 금융그룹 편입 뒤 만들어낸 변화에 있을 것이다.

롯데손보 M&A가 어떤 가치를 남길지는 이제 새 주인의 선택에 달렸다. 매각가는 매도자와 인수자가 맞춰야 할 계산서에 적힐 숫자일 뿐이다. 구성원과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새 주인이 자본과 사람, 성장 기반에 투자한 뒤 남길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