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운영에 가족들 총동원”…내년 최저임금 1만700원, 유통가 ‘인건비 비상’
내년 최저임금 3.7% 인상…편의점·마트·외식업 부담 확대 무인화도 한계…“줄일 인력도, 올릴 가격도 없다” 호소 신규 채용 축소·가족경영 확산 우려…현장 한숨 깊어져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되면서 유통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외식 프랜차이즈 등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경영 압박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신규 채용 축소와 가족경영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오는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1만320원보다 380원(3.7%) 오른 수준이다. 월 환산액(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은 223만6300원으로 늘어난다.
노사는 막판까지 수정안을 주고받았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표결 끝에 사용자 측이 제시한 1만700원이 최종안으로 채택됐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유통업계는 이번 인상이 현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은 계산·진열·매장 관리 등 대면 업무 비중이 높아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편의점과 외식업은 아르바이트 인력 의존도가 높아 최저임금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무인 운영 확대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담배와 주류 판매, 택배·생활서비스 등은 여전히 대면 운영이 필요한 데다 무인 매장으로 전환할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늘어난 인건비를 점주가 직접 감당하거나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셀프 계산대와 키오스크 도입이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인력 감축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 둔화와 온라인 쇼핑 확산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수익성 방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장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과 임대료, 배달 플랫폼 수수료, 금융비용 등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상승하면 영세 가맹점의 경영 부담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 수준의 임금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로도 이어지는 만큼 실제 인건비 부담은 단순 계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점주가 직접 장시간 근무하거나 가족이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근무 인원을 최소화하는 움직임도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6%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경영 부담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향후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경우 가장 먼저 검토할 대응 방안으로는 신규 채용 축소가 가장 많이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유통업계는 소비 부진과 고정비 증가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상당수 사업자는 인력 감축이나 점주의 근무시간 확대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