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 TSMC 맹추격…파운드리 '3강 시대' 성큼
인텔, 18A 수율 안정화 국면…엔비디아 물량 확보 가능성까지 삼성전자, 테일러팹 연내 가동·테슬라 'AI5' 양산으로 반등 노려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AI 반도체 수요 폭발과 함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TSMC, 인텔, 삼성전자의 패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인텔이 최대 난제였던 초미세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며 맹추격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핵심 칩 양산으로 2나노 선단 공정 경쟁에 불을 붙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 재도약을 선언한 인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18A(1.8나노급) 공정 수율이 최근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블루핀리서치파트너스는 인텔이 18A 공정의 웨이퍼 간 수율 편차 문제를 극복했으며, 오리건과 애리조나 공장의 18A 생산 능력을 월 3만장 규모까지 확충했다고 분석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5월 "외부 전문가 영입 이후 수율이 매달 7~8%씩 향상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전격 영입해 파운드리 사업을 재정비한 것도 기술력 안정화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 뒤에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국 우선주의'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111억 달러(약 16조5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인텔 지분 10%를 확보, 단일 최대 주주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애플 칩은 인텔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노골적인 인텔 밀어주기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인텔이 부상하면서 파운드리 2위권 경쟁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메모리 등을 포함한 '파운드리 2.0' 시장 점유율은 TSMC(38%), 인텔(6%), 삼성전자(4%), SMIC(3%) 순이다.
현재 AI 반도체 특수를 누리는 1위 TSMC의 실적은 굳건하다. 지난 6월 매출은 AI 서버용 GPU 및 CPU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67.9% 뛰어오른 4426억8000만 대만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첨단 CoWoS 패키징 공정의 과부하로 납기가 반년 이상 지연되면서 지배력에 미세한 틈이 생긴 모양새다. 이로 인해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조차 차세대 GPU 물량의 최대 25%를 인텔의 'EMIB' 패키징 라인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공급망 구조가 고객사들에게 납기 및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흐름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에게는 강력한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5' 양산을 통해 2나노 경쟁력 입증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 AI5 칩의 설계를 마무리했으며, 연말 초기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차기 모델인 'AI6' 물량까지 전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I5 칩 양산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2나노(SF2) 공정 수율은 55~60% 수준이다. 까다로운 성능과 전력 효율, 깐깐한 납기 기준을 요구하는 테슬라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파운드리사업부의 흑자 전환 시계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전망이다.
신종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최근 'SAFE 포럼 2026' 기조연설에서 "1.4나노(SF1.4)를 2029년에 차질 없이 양산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로드맵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최고경영진 역시 대형 고객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7~11일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동행해,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만나 AI 반도체 및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TSMC가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 생산 영토를 넓히고 있고, 인텔 역시 막강한 자본과 정치력을 앞세워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어 초미세 공정 고객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첨단 패키징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형 팹리스들의 공급망 다변화 니즈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결국 삼성전자와 인텔 중 누가 먼저 2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고객사가 만족할 만한 수율과 납기 안정성을 증명해 내느냐가 향후 파운드리 3강 체제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