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자산기본법·비트코인 현물 ETF 연내 추진 공식화…업계는 '또 같은 말'
1분기 약속 또 어긴 정부…스테이블코인·거래소 지분 규제 쟁점 여전 미국 지니어스법 내년 1월 시행…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속도가 관건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정부가 14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연내 입법과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지원을 공식화했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상자산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벌써 10년째 연내 통과 이야기만 듣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연내 제정을 공식화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제도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지원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은행의 CBDC 국채 토큰화 실증 사업도 내년 중 추진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은 2단계 입법이다. 가상자산 발행·유통 체계, 사업자 규제, 스테이블코인, 법인·금융회사의 시장 참여 등을 포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1분기 중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상반기 내내 입법은 지지부진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51%룰)으로 할지, 가상자산 거래소에 15~20% 지분 규제를 일괄 적용할지 등 핵심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공개 행사에서 "상반기에 충분히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회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빨리 입법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도 하반기 본격 논의와 연내 처리 노력을 예고했다. 정무위원회와 민주당 디지털자산 TF가 본격 가동되면 정부·국회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분위기는 다르다. 정작 현장에서는 연내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면 올해는 기본법을 통과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업계에서는 거의 믿지 않는다"며 "벌써 올해는 기본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말만 10년째 듣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외국인 투자·해외 진출·스테이블코인 등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가 기본법으로 가능해지길 바라지만, 연내 입법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업계 안팎에서 지배적이다.
관건은 속도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허용하는 지니어스법이 본격 시행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가 선언만으로 그칠 것인지, 이번에는 실제로 입법을 완주할 것인지가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의 최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