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사회적 배려자 원금 90% 감면…채무조정 드라이브
특수채권 원금 90% 탕감…기초수급자·장애인·이재민 등 대상 상반기 신한에 밀린 KB, 하반기 채무조정·소각 두 배로 반격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KB국민은행이 13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자를 대상으로 특수채권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하는 특별 채무감면 제도를 가동했다. 사실상 못 받는 빚을 공식적으로 탕감해주는 구조로, 하반기 들어 KB국민은행의 포용금융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번 제도의 지원 대상은 폭넓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을 비롯해 중증장애인·상이등급 판정자·고엽제 피해자·이재민·산불피해자·청소년 한부모가족까지 아우른다. 신청 접수 후 심사를 거쳐 특수채권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특수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없어 금융기관이 손실 처리하고 채권추심회사 등에 넘긴 채권이다. 이미 장부상 손실로 처리된 채권이지만, 법적 채무 관계는 살아있어 당사자에게는 여전히 짐이 된다. 이번 제도는 그 짐을 공식적으로 덜어주는 구조다. 생계가 어려운 고객이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심사 절차도 간소화했다. 신청은 전국 6개 KB희망금융센터 방문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제도 시행의 배경에는 5대 은행 포용금융 경쟁의 가속화가 있다.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채무조정 실적에서 신한금융이 8136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KB금융은 4441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신한이 채무조정 실적을 영업점 KPI 가점 항목으로 반영하고 최초 연체일로부터 5년·7년·10년이 지난 채권을 단계별로 자동 심사해 소각·조정 대상을 선별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 격차를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도 가만있지 않는다. 상반기 4441억원에 이어 하반기 4616억원을 추가 조정할 계획이고, 연체채권 소각 규모도 상반기(약 2100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시행한 특별 채무감면 제도는 이 하반기 드라이브의 첫 번째 카드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채무조정 합계는 2조2653억원이다. 이 중 신한(8136억원)·KB(4441억원)·우리(4300억원)·하나(1371억원) 4개 지주 실적을 제외하면 농협금융 몫도 4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은 채무조정보다 채권 소각에 무게를 뒀다. 채무조정 규모는 1371억원으로 5대 지주 중 가장 적었지만, 순수 소각 규모로는 4044억원을 기록해 신한(약 3300억원)보다도 많았다. 농협금융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보유한 3년 이상 연체채권 2006억원을 대상으로 원금을 최대 90% 감면하는 'NH동행 프로그램'을 하반기 중 추진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의 이번 제도 시행으로 5대 지주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취약차주 지원에 속도를 내는 구도가 선명해졌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소외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따뜻한 손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특별 채무감면 제도는 그 선언의 구체적 실행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이 금융거래를 정상화하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고객의 재기와 자립을 지원하는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환주 행장 입장에서 포용금융 실적은 연임 가도에서도 의미 있는 변수다. 2분기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상황에서 하반기 포용금융 드라이브까지 더해지면, 임기 말 성과 입증의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