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마이너스통장 4조 급증…5대 은행 대출절벽 앞당겨진다
신용대출 증가세에 연간 목표 대부분 소진…일부 은행은 자체 한도 이미 초과 주담대 한도 축소·모집법인 중단 잇따라…8~9월 대출 셧다운 우려 증시 자금 이동·주택 '막차' 수요 겹쳐…"하반기엔 대출 창구 찾기도 어려워질 것"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관리가 사실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대부분 소진했다. 일부 은행은 자체 관리 한도까지 넘어선 데다 대출모집법인 채널도 잇따라 신규 접수를 중단하면서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대출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648조3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약 3조39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4조3400억원으로 불과 7월 초 기준 목표치의 약 80%를 이미 소진했다. 일부 은행은 자체 관리 목표를 초과했으며 한 곳은 목표치를 약 30% 웃도는 수준까지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적으로 남은 증가 여력은 약 9500억원~1조원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일부 은행에 집중돼 실제 대출이 가능한 창구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이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44조원을 넘어섰다. 4월 말 39조5904억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4조4155억원 급증했다.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리며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도 규제 강화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지난해 1.7%에서 1.5%로 낮추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대출 조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했고 비규제지역에도 3억원 한도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 채널 접수를 중단하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해 주담대 한도를 줄였다. 비대면 신용대출은 하루 신청액이 내부 목표를 넘으면 접수를 중단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접수를 9월 실행분까지 중단했고 NH농협은행도 모집법인 한도 소진으로 신규 접수를 멈췄다. 우리은행 역시 모집법인 3곳 가운데 2곳이 월별 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태다.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도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NH농협·KB국민·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가입을 제한하면서 5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4곳에서 모기지보험을 통한 대출 한도 확대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서울은 최대 5500만원, 경기도는 최대 4800만원가량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도 신용대출 증가 배경을 뒷받침한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682조9965억원으로 6월 말보다 39조2962억원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은행권은 이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됐던 대출절벽이 올해는 8~9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결국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별 잔여 한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는 만큼 이미 주택 매매나 전세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가 대출 접수 중단을 통보받을 경우 다른 은행에서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혼란도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6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하반기에는 대출 창구 자체를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