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상장 직후 본주 괴리율↑…TSMC식 모델링 '숙제'
ADR 치솟고 본주 급락 탓 34% 수준 괴리율 본주→ ADR 교환 제한 TSMC 모델 따를까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ADR(예탁증서) 발행을 통해 나스닥에 안착했지만, 상장 직후 본주와 큰 괴리율을 보이면서 본주 주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발행 구조가 유사한 TSMC의 선행 사례가 회자되고 있는데, 본주와의 괴리율을 줄이고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밸런싱'이 화두가 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SK하이닉스 본주는 전일 대비 약 13% 이상 하락한 186만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월 초 AI 반도체 고점론의 영향으로 폭락, 190만원 선에 근접한 이래 재차 역대급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전일 대비 8.68% 가량 빠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7% 넘게 빠지는 등 재차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SKHY)의 괄목할 만한 상승세다.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149달러 대비 12.76% 오른 168.01 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ADR 상승률이 그대로 본주의 하락률로 반영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이런 역대급 디커플링(탈동조)을 두고, 이미 본주에 ADR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으며, 2분기 SK하이닉스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투심이 급속히 냉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컨센서스보다 8% 가량 낮은 60조40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상장 직후 ADR과 본주가 큰 괴리율을 보이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당초 SK하이닉스가 모델 구축 과정에서 선례로 참조한 TSMC의 케이스가 향후에도 지속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원주를 대만증권거래소(TWSE)에, ADR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고 있다. 1997년에 상장했다.
ADR이 본주를 선행해 주가를 반영하는 경향성을 고려하면 ADR의 급등이 SK하이닉스 본주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있다. 다만, 이른바 ADR 프리미엄의 수준이다. ADR에 본주 대비 얼마나 높은 프리미엄이 붙느냐는 건데, 시장에서는 향후 이 갭에 대한 밸런싱이 SK하이닉스의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척도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ADR 상장 첫 날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 본주와 ADR의 괴리율은 13일 오후 현재 약 34% 수준이다. 본주 주가 188만원 가량을 대입한 결과다. ADR은 급등하고, 본주는 급락하면서 갭이 크게 벌어진 형국이다.
TSMC ADR의 본주 괴리율은 약 14% 수준이다. IB 업계 등에 따르면 TSMC의 ADR 상승률은 약 4분의 3 수준으로 본주에 후행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TSMC는 ADR 상장 이래 괴리율이 가장 크게 벌어졌을 경우 24~26% 수준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평균 16% 가량의 ADR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최근에는 14%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본주에 대한 외인 유입 등이 이어지면서 ADR 대비 본주가 선호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SK하이닉스가 ADR을 확대 발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괴리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인위적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DR은 본주와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ADR이 본주 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차익을 위한 매매(펀저빌리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역방향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 TSMC 역시 ADR을 대만 본주와 교환할 수 있으나 역방향의 펀저빌리티는 당국 규제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TSMC의 ADR에 장기간 프리미엄이 적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이닉스 역시 해당 구조로 양국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장 선에서 SK하이닉스 자체의 지속적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도 거론된다. 신주 발행 형태의 ADR 발행이 모회사 SK스퀘어의 지배력 희석으로 이어지는 만큼 ADR 추가 발행과 자사주 처분은 '동전의 양면'으로 평가된다. 이번 신주 발행으로 SK스퀘어의 하이닉스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상 최저선인 20% 수준이 됐다. SK스퀘어의 직접 지분 매입이 힘든 구조 상에서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자사주 매각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본주와 ADR 교환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괴리율 문제도 자연스럽게 시장 논리에 수렴되지 않을까 판단되지만, 교환의 형식이 중요하다"면서 "다만 ADR의 첫 거래가 일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속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ADR의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은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