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심장' 두 갈래로 재편....코어뱅킹 2700억원 규모 전산전환 '시험대'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자 선정 완료...약 20개월 거쳐 내년 12월 안정화 목표 '빅뱅' 방식의 일괄 교체 대신 기존 업무 개편·비대면 핵심 기능 순차 이전 IBM 메인프레임 계약 2030년까지 연장...신·구 시스템 장기 연결 운영 장애 확산 위험 낮췄지만 데이터 정합성·복구 부담...금감원도 '충분한 검증' 주문 업계 "정합성 문제 시 대출 상환·예금 출금 따로 놀 수도...거래 중복 등 막을 통제 필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KB국민은행이 은행 핵심 전산인 코어뱅킹을 한 번에 교체하는 '빅뱅' 방식 대신 기존 메인프레임과 신규 클라우드 시스템을 병행하며 전산 현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대규모 일괄 전환에 따른 장애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해 잔액과 거래내역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춰야 하는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데이터 정합성과 대고객 서비스 안정성 검증 등을 주문하면서 국민은행이 이번 사업에서 안정성과 민첩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1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은행은 지난 3~4월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을 발주하고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입찰 공고 기준 사업 규모는 코어뱅킹과 비대면 영역을 합쳐 총 2704억원이다. 사업은 약 20개월간 진행되며 2027년 12월 안정화를 목표로 한다.
코어뱅킹은 예금·대출·이체 등 고객의 실제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계정계를 중심으로 하는 은행의 핵심 전산이다. 모바일앱이 고객의 요청을 받는 창구라면 코어뱅킹은 계좌 잔액을 확인하고 돈을 빼거나 더하며 이자와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장부이자 거래 엔진에 가깝다. 즉, 문제 발생 시 앱 화면 오류 등에 그치지 않고 예금 잔액과 대출 상환, 자동이체 등 실제 금융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은 코어뱅킹을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 '코어1'과 클라우드 기반 '코어2'로 나눠 현대화한다.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존 업무는 코어1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다른 업무와의 연계성이 낮은 영역부터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핵심 기능까지 코어2로 단계적으로 옮기는 구조다. 고객의 장부를 두 개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업무 특성에 따라 처리 기반을 달리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당초 지난해 7월 만료 예정이던 IBM 메인프레임 계약도 2030년까지 연장해 신·구 시스템을 단순 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코어의 현대화와 업무 이전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은 기존 코어뱅킹을 특정 날짜에 한꺼번에 바꿀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스템을 일괄 교체하면 전환 기간은 짧아지지만 장애가 발생할 경우 예금·대출·이체 등 은행 업무 전반으로 문제가 번질 수 있다. 반면 일부 업무부터 순차적으로 옮기면 제한된 범위에서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장애 가능성을 낮추는 대신 코어1과 코어2를 장기간 연결해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일괄 전환의 충격을 피한 대가로 데이터 일치와 장애 복구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때 핵심은 양쪽에서 오가는 고객정보와 거래내역 등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데이터 정합성'이다.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하려면 거래정보를 제때 동기화하고 어느 한쪽에 장애가 생겨도 거래가 중복 처리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한 시스템통합(SI)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대출 상환 업무는 코어2에서 처리하고 돈이 빠져나가는 고객의 예금계좌는 코어1에 남아 있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며 "데이터 정합성에 문제가 생기면 코어2에는 대출이 상환된 것으로 기록됐지만 코어1에서는 상환금이 출금되지 않는 등 같은 거래가 시스템마다 다르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 전환의 어려움은 단순히 두 시스템의 잔액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서로 얽힌 업무가 어느 시스템에서 어떤 순서로 처리되는지 설계하고 장애 발생 시 이미 처리된 거래를 어디까지 되돌리거나 재처리할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같은 과제를 짚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공개한 국민은행 검사 결과를 통해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 코어뱅킹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 성숙도와 데이터 정합성, 시스템 성능, 대고객 서비스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역시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전환 과정에서의 데이터 정합성과 서비스 안정성을 꼽았다는 얘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서 곧바로 전환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월말이나 연말처럼 거래가 몰리는 시기에 대규모 이자 계산과 자동이체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신·구 시스템이 오류 없이 작동하는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예외 상황까지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비로소 전환이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