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제쳤다"…외신 "화려한 美데뷔" 극찬
10일(현지시간)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뉴욕 증시에 입성한 SK하이닉스에 대해 주요 외신과 월가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마감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시가총액(1조1000억달러)을 뛰어넘는 규모다. SK하이닉스 ADR은 이날 공모가(149달러) 대비 13.08% 급등한 168.49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공모 물량 1억7790만주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약 265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외신들은 '화려한 데뷔', '역사적인 데뷔' 등의 표현을 써 이 소식을 종일 톱뉴스로 다뤘다.
블룸버그 통신은 "역사적인 데뷔는 AI 붐이 수십년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호황-불황' 주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계약이 늘면서 메모리 산업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경기순환형 산업이 아니라고 진단한 점에도 주목했다. 아울러 "이번 미 증시 상장은 SK하이닉스에 있어 놀라운 재기 스토리에 정점을 찍었다"며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한 뒤 하이닉스로 재편됐고, 이후 메모리 불황으로 채권단 관리를 거쳐 SK그룹에 인수된 과정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가늠하는 최신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역사적인 미 데뷔가 증시를 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SK하이닉스의 역사적인 미 거래 데뷔는 AI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로이터 통신은 'SK하이닉스, AI 열풍 속 미국 시장 성공적 데뷔'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반도체주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음에도 투자 열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CNBC와 블룸버그TV 라이브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꿈 같은 일이다. 이제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블록버스터' 상장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미 증시 입성을 자극하고 있다"며 "현재 ADR 형식의 상장에 대해 상당한 모멘텀이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자금조달 상위 10개사 중 4곳이 해외 기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주요 투자 전문가들도 낙관적인 해석을 내놨다.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즈 회장은 로이터에 "글로벌 반도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있는 투자처"라며 "주관사와 발행사(SK하이닉스)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확인했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투자 플랫폼 AJ 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담당 책임자도 "미국 내 주식 공모에 대한 수요가 일부의 예상보다 강력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라, 단지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투자 분석 플랫폼 리플렉서비티의 공동 창립자 주세페 세테는 "미 투자자들이 AI 메모리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형주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SK하이닉스는 기업 성장 스토리의 힘으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뒤이어 나서는 기업들은 더 까다롭고 선별적인 시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한국 내에서 문화 현상으로까지 번졌다. AFP통신은 올해 한국에서 'SK하이닉스 점퍼'가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화제가 됐다며, 점퍼가 명품 매장 입장이나 더 나은 연애 상대를 만나기 위한 '황금 티켓'으로 묘사하는 패러디 게시물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