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공모가 149달러…프리미엄 확보에도 전체 몸값↓

7배 청약에 원주 종가 대비 2.9% 웃돈 책정 주가 조정으로 당초 조달 계획보다는 3조원 축소

2026-07-10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미국주식예탁증권(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 원주 종가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내며 투자자들의 강한 수요를 입증했지만, 주가 조정 여파로 당초 증권신고서에 담았던 조달 계획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9일(현지시간)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조달 규모는 약 265억 달러(약 40조70억원)가 됐다.

이는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기업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상장한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모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약 250억 달러를 조달한 알리바바를 넘어섰다.

공모가는 원주 종가(9일 기준)를 웃돌았다. ADR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를 대표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모가는 주당 149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5만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IPO는 공모가를 시가보다 높게 책정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을 달성했다”며 “공모가는 전날 국내 보통주 종가 환산가 대비 약 2.9%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형 기업공개(IPO)에서는 상장 이후 주가 안정을 위해 공모가를 시장 가격보다 할인해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강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이같은 관행을 뒤집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수요예측에는 모집 물량의 약 7배를 웃도는 주문이 몰렸다. 총 주문 규모는 약 2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주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투자 전문 기관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공모가가 당초 회사가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보통주 기준 참조 모집가액을 주당 242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모가 149달러를 원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25만원 수준(환율에 따라 변동)으로 참조 모집가액보다 약 7% 낮다.

이로 인해 조달 규모 역시 당초 계획했던 43조1408억원보다 약 3조원 줄었다. 지난달 25일 장중 298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주가가 약 30% 조정을 받은 영향이다.

결국 이번 공모가는 현재 시세 기준으로는 약간의 프리미엄을 확보했지만, 주가 조정 이전 회사가 기대했던 몸값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로서는 상장 일정을 미루지 않는 대신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최대한 높은 가격을 확보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ADR 프리미엄이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ADR의 원주 전환은 가능하지만, 원주의 ADR 전환은 당국 승인 등 절차가 필요한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의 수요가 지속될 경우 ADR이 원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반면, 실제 전환 구조를 고려하면 프리미엄이 장기간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번 공모로 확보한 자금은 전액 시설투자에 투입된다. 다만 당초 계획했던 43조원대보다 실제 조달 규모가 약 40조원으로 줄어든 만큼, 회사는 확정된 모집총액에 맞춰 자금 집행 규모를 조정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10일 투자설명서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상황과 경영환경에 따라 자금 사용 계획은 변경될 수 있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생산시설 투자 등 중장기 투자 전략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서 ‘SKHYV’ 종목코드로 조건부 거래를 시작한다. 13일부터는 ‘SKHY’ 종목코드로 정규 거래되며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AI 메모리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진정한 평가는 상장 이후 ADR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이를 계기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