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망분리 전면해제 속도낸다…AI 보안 우수 금융사부터 완전 개방
금융위, AI·보안 역량 갖춘 금융사 대상 망분리 전면 해제 방안 조속 발표 예정 이억원 위원장 "기존 폐쇄형 망분리로는 AI 공격 대응 한계" 지적 6월부터 AI 보안테스트용 망분리 한시 완화 시행 중 징벌적 과징금·CISO 권한 강화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도 추진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금융당국이 인공지능(AI)과 보안 역량을 검증받은 금융회사에 한해 망분리 규제를 완전히 걷어내는 방안을 서둘러 내놓기로 했다. AI를 활용한 해킹 시도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기존처럼 내부망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식만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발언으로 13년째 이어진 망분리 규제의 완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밝혔다. 행사에는 금융사·유관기관·핀테크업체 관계자 등 170여명이 참석했으며, 보안 유공자 표창과 함께 금융 보안 거버넌스, AI 혁신 관련 강연도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월부터 진행 중인 망분리 긴급완화 조치를 앞으로 더 많은 금융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 문턱을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보안·AI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금융사에는 망분리를 아예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49개사 중 10개사부터"…심사 통과사 1년 한시 완화
이번 완화 조치의 적용 대상은 총자산 10조원 이상, 상시 종업원 1000명 이상을 갖춰 전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두고 있는 49개 금융사다. 이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화재, 한화생명, 현대카드 등 10개사가 1차 심사를 통과해 1년간 한시적으로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이들 가운데 보안·AI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금융사에 대해서는 한시 조치가 아닌 망분리 전면 해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망분리는 2013년 대규모 금융 전산망 마비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제도로,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끊어 해킹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데 목적을 뒀다. 다만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활용이 확대되면서 폐쇄된 내부망에서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구조가 오히려 금융권의 AI 전환(AX)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규제 완화와 맞물려 사고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함께 마련된다. 금융위는 해킹 사고가 재발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CISO의 권한과 정보보호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규제는 완화하되 정보보호 책임은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디지털 위협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라며 "현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