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 수사 막바지…빗썸 ‘대가성 의혹’ 규명은 빠지나

차남 채용·전 보좌관 고문 이동·업비트 수수료 압박 의혹 한 줄기로 빗썸 대표 피의자 입건에도 거래소 의사결정 구조 규명은 남은 쟁점 전문가들 “제도권 편입 거래소, 인사·대관 시스템도 감독 대상 돼야”

2026-07-10     한순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13개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역할과 경영진 관여 여부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지난해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을 맡았던 3선 중진 정치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과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의혹이 맞물린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비위나 가족 리스크로 축소해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김 의원 차남의 빗썸 취업 청탁 의혹, 전직 보좌관의 빗썸 고문 이동, 업비트 수수료 정상화 압박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김 의원 측 의정활동이 빗썸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했는지, 그 대가로 차남 채용이나 전 보좌관 고문 이동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3선…단순 ‘무소속 의원’ 사건 아니다

김 의원은 서울 동작갑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으로,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후 차남 취업 특혜,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공천헌금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고, 당의 제명 결정 뒤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현재는 무소속 신분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히 ‘무소속 의원 개인 의혹’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이 의혹 당시 민주당 핵심 인사였고, 국회 상임위 활동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 신분은 무소속이지만,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정치적 위상을 고려하면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중진 의원 사건이라는 점을 빼고 보기 어렵다”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정치권 핵심 인사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하고 인사를 활용했는지도 수사와 제도 개선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빗썸 대표 피의자 입건…남은 쟁점은 ‘조직적 관여’ 여부

경찰은 김 의원 차남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빗썸 대표이사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의원 아들을 채용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실제 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 차남은 지난해 1월 빗썸에 입사해 약 6개월간 근무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대표 개인의 피의자 입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 내부에서 차남 채용이 어떤 절차로 결정됐는지, 전 보좌관 A씨의 고문 또는 자문역 활용이 누구의 판단으로 이뤄졌는지, 김 의원 측 의정활동과 회사 이익 사이의 연관성을 빗썸 경영진이 인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가성 여부를 보려면 청탁을 받은 사람, 채용을 결정한 사람, 회사 내 보고라인을 함께 봐야 한다”며 “특히 정치권 인사를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활용한 경우에는 보수 지급, 업무 지시, 내부 보고 여부가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 수수료 압박 의혹…경쟁사 견제였나

최근에는 김 의원 전직 보좌관 A씨가 의원실 재직 당시 금감원 가상자산 담당 부서를 통해 두나무 측에 스테이블코인 거래 수수료 인하 이벤트 종료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업비트와 빗썸은 테더, USDC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의혹의 핵심은 김 의원 측이 차남을 채용한 빗썸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사인 업비트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다.

A씨는 김 의원 차남이 빗썸에서 근무하던 시기 의원실에서 일했고, 이후 빗썸의 비공식 자문 또는 고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의 빗썸 이동이 단순한 민간 재취업인지, 김 의원 측 의정활동과 연결된 대가성 인사인지가 수사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경쟁은 거래소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만약 정치권이나 감독당국 경로를 통해 특정 거래소의 경쟁사 영업정책에 영향을 주려 했다면, 이는 단순한 대관 활동을 넘어 시장질서 문제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밖에서 커진 거래소…인사·대관 시스템도 점검해야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인사·대관 시스템이 외부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감독·검사 체계 안으로 들어왔지만, 고문·자문역·정책협력 담당자의 선임 기준과 보수 체계, 업무 범위는 여전히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는 임원 선임, 준법감시, 이해상충 관리에 대한 감독과 시장 감시가 촘촘한 편”이라며 “거래소도 고객 자산을 대규모로 보관하고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사와 대관 조직까지 내부통제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 출신 고문이나 전직 감독당국 인사가 회사 이익을 위해 당국 또는 경쟁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거래소 지배구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수사 마무리 전 빗썸 의사결정 라인 확인 필요

경찰은 김 의원 관련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빗썸 측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확인 없이 결론을 내릴 경우 ‘정치권 수사’에 그치고 ‘거래소 책임’은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 차남 채용, 전 보좌관 A씨의 빗썸 고문 이동, 업비트 수수료 압박 의혹은 모두 빗썸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 차남 채용은 인사 문제이고, A씨 고문 이동은 대관·자문 문제이며, 업비트 수수료 압박 의혹은 경쟁사 영업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금융규제 전문가는 “경찰이 김 의원 개인의 청탁 여부만 확인하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 라며 “빗썸 내부에서 누가 어떤 판단으로 채용과 고문 활용을 결정했는지, 회사 차원의 이익 제공이나 기대가 있었는지까지 확인해야 대가성 의혹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수사의 남은 쟁점은 김 의원 개인의 청탁 여부를 넘어선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중진 정치인의 의정활동이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해관계와 맞물렸는지, 빗썸은 그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와 보좌진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그리고 거래소 내부통제가 이를 걸러낼 수 있었는지가 함께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