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유사 사안 8건 불송치”…손보사 반복 고소 논란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고소로 경찰 압수수색 자생 “객관적 근거 없는 일방 주장…고소권 남용 소지” 한방 자동차보험 진료비 둘러싼 손보업계-의료계 갈등 재점화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경찰이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를 둘러싼 손해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험사들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처방된 한약이 환자별 개별 처방이 아니라 사전에 제조된 한약에 가깝다며 보험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자생한방병원은 “사실과 전혀 다르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자생 측은 유사한 내용의 보험사 고소·고발이 과거에도 반복됐지만, 수사기관이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를 검토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송치 처분을 내려왔다고 밝혔다. 자생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과 관련해 총 8건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형 한방병원을 상대로 한 보험사기 수사라는 차원을 넘어, 손보업계가 한방 자동차보험 진료비 문제를 형사 절차로 반복 제기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자생 “8건 불송치에도 반복 고소…고소권 남용 소지”
자생한방병원은 본지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현재 일부 보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사는 수사기관의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사들이 제기한 수백억원대 보험사기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자생 측은 “보도에서 제기된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했다’거나 ‘수백억 원대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험사 고소·고발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다수의 수사기관은 충분한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를 검토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며 “현재까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과 관련해 총 8건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는 등 관련 의혹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생 측은 보험사들의 반복 고소가 고소권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자생 측은 “그럼에도 일부 보험사들이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 고소를 이어가는 것은 고소권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의 진료 선택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허위 또는 왜곡된 주장으로 의료기관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허위 고소 및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무고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압수수색 착수…보험사들은 ‘첩약 청구’ 문제 제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9일 서울 강남구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 4곳은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해 보험금 수백억원을 편취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자생의료재단 이사장과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장, 원외탕전실 대표 등 23명이 피고소인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처방기록, 자동차보험 청구자료, 원외탕전실 제조·출고 내역, 내부 지침 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는 자생 측의 첩약 처방이 환자별 개별 처방 요건을 충족했는지, 재단 차원의 조직적 지시나 청구 구조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자생 측이 유사 사안에 대해 이미 8건의 불송치 결정이 있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수사에서는 기존 사건과 다른 새로운 자료나 구체적 정황이 확보됐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한약 처방’ 아닌 ‘개별 처방 실질성’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약 처방 자체가 아니다. 교통사고 환자에게 처방된 첩약이 환자별 증상, 체질, 병력, 진단 결과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처방·조제됐는지가 쟁점이다.
자생 측은 모든 한약이 환자 개인별 처방전에 근거해 조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생 측은 “한약은 환자의 증상과 체질, 병력, 진단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사는 관련 법령과 의료기준에 따라 환자 개인별 처방전에 근거해 한약을 조제하고 있으며, 모든 조제는 환자별 처방 내용에 맞춰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에서 제기된 것과 같은 일괄 제조 및 일괄 투약은 의료 원칙상으로도, 실제 진료 과정에서도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보험업계는 전국 네트워크 병원에서 유사한 한약 처방이 반복됐는지, 원외탕전실을 통한 조제·공급 구조가 환자별 개별 처방과 실질적으로 부합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별 처방이라고 청구된 항목이 실제로 개별 처방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새 증거 없으면 보험사 반복 고소 논란 커질 수도
자생 측이 유사 사안에 대해 총 8건의 불송치 결정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수사의 관건은 과거 사건과 다른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 여부로 좁혀질 전망이다.
의료기관 보험사기 사건에서 형사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청구 금액이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별 처방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진료기록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거나, 병원 또는 재단 차원에서 허위·과장 청구를 지시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전국 병원장, 원외탕전실 대표 등이 함께 고소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찰은 개별 병원 차원의 처방 적정성뿐 아니라 재단 본부와 원외탕전실, 전국 병원 간 운영 구조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이 확인할 핵심 자료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환자별 진료기록과 실제 처방 내역이 일치하는지다. 둘째, 원외탕전실 제조·출고 기록이 환자별 처방 이후 이뤄졌는지다. 셋째, 동일 또는 유사 처방이 대량 반복된 배경이 의학적 판단인지, 시스템상 일괄 운영인지다. 넷째, 재단 본부가 병원별 첩약 처방·청구 실적을 관리하거나 특정 처방을 지시했는지다.
반대로 자생 측 주장처럼 모든 한약이 환자별 처방전에 근거해 개별 조제됐고, 원외탕전실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조제 기능만 수행했다면 보험사기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기관 보험사기 사건은 진료가 전혀 없었던 허위 청구인지, 진료는 있었지만 청구 방식이 부적정하다는 다툼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며 “과거 유사 사건에서 불송치 결정이 있었다면 이번 수사는 새로운 증거 확보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혐의 인정 땐 처벌 수위 커져…다만 금액 산정부터 쟁점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험사기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되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수백억원대’ 금액이 곧바로 형사상 보험사기이득액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전체 청구액 중 어느 범위가 부당청구 또는 보험사기로 볼 수 있는지, 실제 환자 진료와 처방이 있었는지, 보험금 지급과 의료기관 청구 사이에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기관 보험사기 사건은 진료가 전혀 없었던 허위 청구인지, 진료는 있었지만 청구 방식이 과다하거나 부적정한 것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며 “이번 사건도 개별 처방의 실질성과 재단 차원의 관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갈등 다시 불붙나
이번 사건은 손보업계와 한방 의료계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갈등을 다시 키울 가능성이 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비가 빠르게 늘며 보험금 누수와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상환자 장기 치료, 첩약·약침 등 한방 진료 항목, 원외탕전 청구 구조를 두고 심사 강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반면 한방 의료계는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서 한방 진료 수요가 늘어난 결과를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생 측도 이번 입장문에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진료와 안전한 한약 조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자동차보험 한방 첩약 청구 심사와 원외탕전실 관리 체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경찰이 보험사기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할 경우 손보업계는 한방 첩약 청구 기준 강화와 심사 체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생 측 주장대로 기존 의혹과 마찬가지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험사들의 반복 고소와 의료기관 압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형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청구 시스템이 적정하게 운영됐는지, 보험사들의 문제 제기가 합리적 의혹 제기인지, 아니면 반복된 진료비 분쟁의 연장선인지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