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빚투에 은행 가계대출 7.6조↑...은행권 '한도 조이기' 빨라지나

6월 은행 가계대출 1190조원 육박...1년10개월 만에 증가 폭 최대 주담대 4.3조·기타대출 3.3조↑...수도권 주택거래·주식투자 자금 수요 동시 작용 한은 "주택 관련 대출 당분간 증가 압력"...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목표 근접

2026-07-09     이준성 기자
서울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이 수도권 주택거래 증가와 증시 호조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다시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두 달째 3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5월 6조9000억원보다 확대됐으며, 2024년 8월 9조2000억원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 감소세를 보인 뒤 3월 증가 전환했다. 이후 4월 2조1000억원, 5월 6조9000억원, 6월 7조6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빠르게 커졌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 잔액은 945조원으로 한 달 새 4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주담대 증가에는 수도권 주택거래 회복과 기분양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함께 작용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2만3000호에서 4월 2만7000호, 5월 2만8000호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같은 기간 5500호에서 8600호, 8700호로 증가했다.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이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음에도 전체 주담대 증가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대출 감소 배경에 대해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있고,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며 "일부 전세 수요가 외곽 지역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모습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3조7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에 따른 감소 압력을 고려하면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증시 상승으로 개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 9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6000억원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은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흐름을 감안할 때 주택 관련 대출이 시차를 두고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타대출 역시 개인 주식투자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흐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도 자체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주택구입 목적 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박 차장은 "현재 은행 대출 현황을 보면 금년 가계대출 관리 목표에 상당히 근접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목표를 맞추기 위한 관리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주담대는 거래가 먼저 늘고 대출이 뒤따라오는 구조라 최근 수도권 매매 흐름을 감안하면 7~8월에도 관리 부담이 쉽게 꺾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여기에 신용대출을 통한 투자자금 수요까지 겹치면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조정이나 한도 축소 같은 미세 조정을 더 자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기업대출과 수신 흐름은 반기 말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5조1000억원 늘어 전월 10조6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은행 수신은 반기 말 법인자금 유입과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기업자금 유치 영향으로 28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기업·정부 자금이 MMF에서 빠져나가며 11조7000억원 감소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