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열풍의 그림자②] 운용사는 커진 부담에 '한숨'…증권사는 거래 증가에 웃는다

삼성·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한 달여 만에 시장 42% 차지 운용보수 늘어도 괴리율 사고·운용 책임 확대…운용업계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을 수도" ETF 거래대금 상반기 2760조원 '사상 최대'…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수혜 개인은 복리 구조·빚투 확대에 손실 위험…"레버리지 투자 주의"

2026-07-09     정수진 기자
[출처=ChatGPT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용 부담과 책임이 커진 반면, 증권업계는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 손실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몸집은 커졌지만'…운용사는 운용보수보다 커진 책임 부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8일 종가 기준 국내 레버리지 ETF 시장 규모는 27조6273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11조6165억원으로 전체의 약 42%를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쏠림은 이례적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자산은 190억4000만달러(약 29조원)로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44억7000만달러·약 6조원)의 4배를 웃돈다. 삼성전자 역시 ETF 총자산이 124억3000만달러(약 19조원)로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44억9000만달러·약 6조원)을 크게 넘어선다.

반면 미국은 기초주식 거래 규모가 ETF 자산을 크게 웃돈다. 마이크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자산이 99억달러인 반면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75억달러에 달한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도 ETF 총자산은 각각 60억달러, 56억달러 수준이지만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236억달러, 288억달러로 훨씬 크다.

운용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맞추기 위해 목표 노출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매매도 반복되고, 장 마감 직전처럼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포지션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쏠림 가운데 목표 노출도를 맞추기 위한 운용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종가 부근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운용팀이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에서는 괴리율 급등 사고가 발생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한 날 해당 ETF는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전 거래일 대비 49.7% 급등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동시호가 시간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된 상황에서 시장가 주문이 대거 유입되며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같은 날 하나자산운용의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의 괴리율도 각각 7.29%, 6.40%를 기록하는 등 다른 상품들도 높은 괴리율을 나타냈다.

사고 이후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ETF 괴리율 관리 기준 강화와 LP 평가 개선 등 제도 보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시장 구조가 원인이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상품 운용 책임은 결국 자산운용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담으로 꼽는다.

물론 운용사도 시장 확대의 수혜를 입는다. ETF 순자산(AUM)이 늘어나면 운용보수도 함께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처럼 순자산이 수조원 규모로 성장한 상품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운용보수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이 같은 수혜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대형 운용사에 집중돼 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가 늘어나더라도 상품 운용에 따른 책임과 리스크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거래가 활발할수록 증권사는 거래 수익이 늘지만 운용사는 운용 리스크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늘수록 웃는 증권사…손실 위험 커지는 개인

반면 증권업계는 거래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증권사는 거래량 증가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데다, LP 업무 역시 거래가 활발할수록 상대적으로 수익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ETF 거래대금은 2760조25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배 증가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2분기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이 90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35.1% 증가했고, ETF 거래대금 비중도 38.3%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를 바탕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투자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설계된 상품이어서 장기 보유 시 복리 효과로 인해 실제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의 단순 2배와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횡보장에서는 기초자산 가격이 제자리여도 ETF 가치가 점차 감소하는 '변동성 드래그'가 발생한다. 투자금이 20% 손실을 보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약 25%의 수익률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37조원을 넘어섰고, 미수거래 관련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도 반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이 커질수록 시장 참여자별 득실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사는 시장 확대의 과실과 함께 운용 책임을, 개인은 높은 변동성에 따른 투자 위험을 떠안는 반면, 증권사는 거래 확대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리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