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대출 먼저” 메리츠 “절차 먼저”…홈플러스 회생자금, 책임 공방만 남았다

김병주 1000억 보증, ‘확보된 돈’ 아니었다 메리츠도 ‘절차’ 앞세워 신중론…배임 리스크 의식 회생보다 손실 회피가 먼저인가 청문회 추진 명분 더 커졌다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논의도 변수 금감원 제재도 맞물려…MBK 평판 리스크 확대 결국 누가 먼저 손실을 감수하느냐의 문제

2026-07-09     한순구 기자
민주당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앞두고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조달 문제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000억원 규모 개인보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집행 조건을 두고 MBK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서로 선행 조건을 내걸면서 자금 조달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양측 모두 지뢰를 심어놨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회생을 위해 필요한 돈을 누가 먼저 책임질 것인지가 쟁점인데, MBK는 2000억원 대출계약 체결을 보증의 전제로 내걸었고, 메리츠는 법률·회계 검토와 이사회 의결 등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손실 부담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먼저 요구하면서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만 더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김병주 1000억 보증, ‘확보된 돈’ 아니었다

9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MBK와 메리츠 양측의 자금 지원 조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핵심은 김병주 회장의 1000억원 개인보증이 실제로 즉시 집행 가능한 자금인지 여부다. 정치권은 당초 김 회장이 보증 의사를 밝힌 만큼 1000억원은 사실상 확보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MBK 측은 2000억원 대출계약이 먼저 체결돼야 보증서를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김병주 측에서 보증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미 확보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2000억원 대출 약정서를 써야 1000억원 보증서를 내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조건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의원들이 격앙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보증 의사와 실제 보증 집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보증이 먼저 제출돼야 대출기관이 자금 집행을 검토할 수 있는데, 대출계약이 먼저 체결돼야 보증하겠다는 구조라면 사실상 선후관계가 꼬인 것”이라며 “누가 먼저 위험을 부담할지 합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메리츠도 ‘절차’ 앞세워 신중론…배임 리스크 의식

메리츠 역시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메리츠 측은 1000억원 집행에 앞서 법무법인 의견, 회계법인 의견, 이사회 의결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출 익스포저와 담보가치 하락 우려, 추가 자금 투입 시 배임 논란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 최대 채권자다.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집행할 경우, 기존 채권 회수 가능성과 신규 자금 손실 가능성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 입장에서는 담보권자로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책임도 요구받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다만 절차를 지나치게 전면에 내세우면 회생 지원보다는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생보다 손실 회피가 먼저인가

이번 공방의 본질은 홈플러스 정상화보다 각자의 손실 회피가 우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MBK는 대주주로서 회생 책임을 요구받고 있지만, 김병주 회장 개인보증을 대출계약 체결 이후로 미루는 구조를 제시했다. 메리츠는 채권자이자 담보권자로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률·회계·이사회 절차를 전제로 내걸고 있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하더라도 실제 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상화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MBK와 메리츠가 사실상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두 집단이 회생절차로 가면 본인들의 이익이 크다고 염두에 두고 노골적으로 청산을 의도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추진 명분 더 커졌다

이번 간담회 이후 국회 청문회 추진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정무위원회 차원의 홈플러스 청문회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회생절차 폐지, 2000억원 자금 조달 실패, MBK의 개인보증 조건, 메리츠의 자금 집행 조건이 모두 청문회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무위 청문회가 열릴 경우 김병주 MBK 회장,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 메리츠금융그룹 경영진, 금융감독원 관계자,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얼마를 회수했는지다. 둘째, 회생 위기 국면에서 대주주로서 신규 자금 투입 책임을 어느 정도 부담했는지다. 셋째, 메리츠가 담보권자이자 금융회사로서 회생 지원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다. 넷째,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들이 MBK 펀드 투자자로서 책임 있는 자금 회수 또는 제재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는지다.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논의도 변수

국민연금의 MBK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떠올랐다. 김남근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MBK가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청산됐거나 청산 중이다. 남아 있는 투자금은 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언급됐다.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 제재가 확정될 경우 일부 금액은 즉시 회수할 수 있고, 추가로 회수 가능한 금액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손실 없이 회수해야 하고, 다른 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이 대목은 MBK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히 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출자 판단과 향후 사모펀드 투자 기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와자 사모펀드 투자에도 사회적 책임 투자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준다면 MBK뿐 아니라 국내외 PEF 운용사 전체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감원 제재도 맞물려…MBK 평판 리스크 확대

금융감독원이 MBK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연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과 관련해 RCPS 조건 변경 과정에서 투자자 이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가 확정될 경우 MBK의 대외 신뢰도와 기관투자자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미 MBK의 다른 투자 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카드 매각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거 네파 투자 사례 등이 정치권에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사모펀드의 차입 인수와 투자금 회수 방식 전반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가 단일 실패 사례에 그치지 않고 펀드레이징, 엑시트, 금융당국 심사, 기관투자자 관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이번 2000억원 자금 조달 공방은 MBK가 실제로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의지가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누가 먼저 손실을 감수하느냐의 문제

홈플러스 회생자금 공방은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누가 먼저 손실 가능성을 감수할 것인가다.

MBK는 대주주로서 회생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메리츠는 최대 채권자로서 자금 지원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MBK 펀드 출자자로서 투자 회수와 책임투자 기준을 따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와 금융회사의 행태를 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은 각 주체가 서로에게 먼저 책임을 요구하는 구조에 가깝다. MBK는 대출계약 체결을, 메리츠는 법률·회계 검토와 이사회 절차를, 국민연금은 손실 없는 회수와 LP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사이 홈플러스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상인, 전단채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떠안고 있다. 회생절차 폐지 이후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이 단순한 책임 추궁에 그칠지, 아니면 사모펀드의 책임 경영과 금융회사의 채권자 책임을 제도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