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열풍의 그림자①] 코스피 흔드는 단일종목…커지는 변동성 우려

코스피 2% 이상 등락 61회…사이드카 32차례·VKOSPI 80선 지속 ETF 자산이 본주 거래 웃돌아…'꼬리가 몸통 흔드는' 구조 우려 WSJ도 주목한 한국 레버리지 열풍…정치권·한은 "투자자 보호 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상장 후 규제 실효성엔 업계도 의문

2026-07-08     정수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국내 증시 변동성이 예년보다 크게 확대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특정 종목 쏠림과 개인투자자 위험을 이유로 제도 점검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매매 구조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32차례…반도체 쏠림에 시장 출렁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1월 1일부터 7월 4일 종가 기준) 들어 코스피가 하루 2% 이상 움직인 날은 61회, 5% 이상 등락한 날은 25회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8회와 2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발동하는 사이드카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는 총 32차례 발동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에 상장된 이후인 6월에만 10차례가 집중됐다. 같은 기간 서킷브레이커도 3차례 발동됐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최근 80선대에 머물러 있고, 지난달 23일에는 90선에 근접했다. 시장의 불안 심리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반도체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과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최근 변동성을 키운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최근 6개월 사이 1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보다 기초자산을 적극적으로 사고팔아 목표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구조인 만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규모가 기초주식 거래대금을 크게 웃도는 구조다. SK하이닉스 관련 ETF 총자산은 190억4000만달러(약 29조원)로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44억7000만달러)의 4배를 넘는다. 삼성전자 역시 ETF 총자산(124억3000만달러)이 일평균 거래대금(44억9000만달러)을 크게 웃돈다.

반면 미국 주요 종목은 양상이 다르다. 마이크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자산이 99억달러인 반면 기초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75억달러에 달한다. 테슬라는 ETF 총자산 60억달러, 일평균 거래대금 236억달러, 엔비디아는 ETF 총자산 56억달러, 일평균 거래대금 288억달러로 기초주식 거래 규모가 ETF 자산을 크게 웃돈다.

"꼬리가 몸통 흔든다"…상장 후 제도 보완 두고 업계도 고심

시장에서는 국내처럼 레버리지·인버스 ETF 자산 규모가 기초주식 거래대금보다 큰 구조에서는 ETF 자금의 유출입이 본주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본주 자체의 호재나 악재보다 ETF의 기계적인 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목표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계속 사고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내처럼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환경에서는 수급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의 레버리지 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퀀트 헤지펀드 아르케비움 캐피털의 설립자 막상스 비소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행동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변동성 자체가 매력"이라며 "이처럼 투자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장은 보기 드물다"고 평가했다. WSJ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특정 종목 쏠림과 개인투자자의 위험을 키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며 투자자 보호장치와 불완전판매 예방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쏠림과 개인투자자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이후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상품을 계속 보유하려는 투자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장치나 제도 보완은 상장 전에 충분히 고민했어야 했다"며 "지금 와서 상품을 없애거나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투자자의 매매 자유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