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韓조선 3사에 함정 건조역량 첫 정보요청

"트럼프 발언과 맞물려 실무 검토 착수"

2026-07-08     이충진 기자

 

미국 국방부와 해군이 한국 조선업계의 함정 건조·설계 역량을 공식 타진했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최근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국내 조선사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논의가 본격화한 이래, 미국 측이 RFI 형식으로 국내 조선소의 함정 역량을 문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I는 정부가 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가격·인도 조건·시장 정보 등을 파악할 때 밟는 절차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 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했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두 회사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3개사가 회신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건조 실적, 설계 인력·역량, 연간 건조 가능 규모(캐파) 등 조선소 역량을 포괄적으로 담아 회신했다"고 말했다.

이번 RFI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군함 건조 척수를 언급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이 정상 차원의 메시지 발신을 넘어 국방부·해군을 통한 실무 검토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 국방부는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한 함정 건조·부품 조달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3사는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 상태다. 한화오션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전투함 건조 라이선스 획득 절차를 밟고 있으며, NGLS(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사업에도 필리조선소·한화디펜스USA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미 해군 수상함의 70% 이상을 설계한 깁스앤콕스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잉걸스와 협력해 차세대 군수지원함 입찰에 참여 중이며, 최근 미 해군연구청(ONR)과 연구 과제 2건을 수주했다. 국내 기업이 ONR 과제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디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NGLS 개념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조선 3사의 미국 관련 수주 잔액은 이미 1000억달러(약 150조원)를 넘어섰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연내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며, 지난달 18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KUIC)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검토와 자금 관리를 맡는다.

미국 함정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재 미국 함정의 해외 조선소 건조는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의해 사실상 막혀 있다. 다만 이 법의 개정 시도는 미국 노조와 헌팅턴잉걸스(HII),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 기존 방산 조선업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태여서, 실제 규제 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 국방부는 현지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준비하고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연구용역 성격의 검토를 하는 단계"라며 "향후 협력 가능성이 있는 업체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