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윤영 KT 사장의 100일 '단단한 본질'
"단단한 본질"
모바일이 없던 시절 우리의 커넥팅은 공중전화였습니다. 삐삐 사서함 음성을 청취하며 마음이 녹아내리고, 지금은 귀해진 집 전화를 통해 친지, 친구와 교신하던 그 모습 기억하실까요? 2000년대 초중반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1541 콜렉트콜'의 추억도 기억하실 겁니다. '(삐-) 나 000야 전화받아!' 한국통신 헬멧을 쓴 엔지니어분들도 부단히 전봇대를 오르셨죠.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6일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회견 첫머리에 '업의 본질'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1980년 초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설립된 이래 공중전화 문화를 거쳐 한국통신으로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고, 이어 민영화돼 KT로 얼굴을 달리했지만 KT의 본령은 '커넥팅'이라는 말입니다. 'AX 플랫폼 컴퍼니'가 타이틀이기는 했지만, 저는 기자회견장에서 박 대표가 서두로 꺼낸 '단단한 본질'이라는 키워드에 눈길이 갔습니다.
박 대표는 뼛속까지 'KT맨'으로 분류되는 인사입니다.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KT 컨버전스연구소장과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기업부문장을 역임했습니다.
KT그룹 내에서 사업진단과 B2B 사업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가 붙습니다. 전임 김영섭 대표가 LG그룹 출신의 외부 인사였고, 결과적으로 펨토셀 보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을 고려하면 KT 구성원의 자존감을 다독이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적임자였던 셈이죠. 그가 말한 본질에 무게감이 쏠릴 수밖에 없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는 취임 후 100일 간 전국 KT 각급 브랜치를 돌면서 문제를 진단하고, 조직원을 보듬는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모 정치인의 100일 대장정, 민심 투어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평가는 호의적으로 보입니다. KT 새노조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지난 100일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낙하산 논란이 있던 인사와 불필요한 조직을 강도 높게 교체·정리하는 파격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고, 반인권적 구조조정의 상징이던 토탈영업TF를 해체해 희생된 직원들부터 챙겼으며, 정보보안실을 신설하고 외부 보안 전문가를 영입해 해킹 사태 수습과 통신이라는 기본의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100일 대장정의 결과값이 '단단한 본질'이라는 키워드로 산출된 셈입니다. 그는 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업의 본질을 '연결(커넥팅)'로 규정하고, 본질을 강화하기 위한 액션플랜의 첫 머리에 보안, 네트워크 강화를 뒀습니다. 기본의 회복으로 평가한 새노조의 평가와도 상통합니다.
그는 "취임 100일 간 현장을 돌아보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보안파트였다"면서 3년 간 정보보안과 네트워크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 18조원의 투자 계획 중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제로트러스트 보안 시스템을 완비하고, GEO/LEO 위성 네트워크를 늘리겠다는 복안입니다. SKT 등 경쟁사를 의식한 AIDC 공급 계획(1GW)도 뒤따랐지만, 첫머리에 보안을 두면서 기본,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내부 구성원들을 추어 올렸습니다. 박 대표는 "다소 간의 경영공백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아 본 결과 실무진들이 자신의 소임을 누수 없이 잘 해낸 모습을 보면서 KT 임직원들의 진정성을 느꼈다. 이제 책임은 경영진에게 남아 있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이날 간담회. 여느 취임 기념 간담회처럼 휘황찬란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박윤영 대표 리더십의 요체이자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 다들 고생했어! 박 선배가 돌아왔으니 나만 믿어!' 'Back to the basic' 본질을 단단하게 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 비단 통신이 아닐지더라도 각자의 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가 되새겨 볼 만한 말인 것 같습니다. 박윤영 KT 대표의 3년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조영갑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