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발 식품물가' 현실화…올리브유부터 우유까지 먹거리 전방위 압박
국제 올리브유 가격 1년 새 22%↑…해바라기유·카놀라유도 동반 상승 유럽 폭염에 유제품·식용유 공급 불안…식품업계 원가 부담 확대 이상기후·고환율 겹치며 하반기 먹거리 물가 불확실성 커져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이 국내 식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를 비롯한 식용유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 이어 우유와 치즈, 버터 등 유제품 원료까지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식품업계가 원가 부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단순한 일시적 가격 변동이 아니라 이상기후가 먹거리 물가를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톤(t)당 6200 달러로 지난해 7월(5080 달러)보다 약 2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바라기유는 1032 달러에서 1584 달러로 53.5%, 카놀라유는 650 달러에서 743 달러로 14.3% 각각 올랐다.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유럽의 이상기후가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는 겨울철 강수량 부족에 이어 40도를 웃도는 폭염까지 이어지며 농축산물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EU의 올리브유 수출량은 588만톤으로 전년 동기(693만톤)보다 15.2% 감소했다.
영향은 식용유에만 그치지 않는다. 폭염은 유제품 공급에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젖소는 고온 환경에서 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원유 생산량과 품질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12년간 13만 마리 이상의 젖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폭염 발생 시 우유 생산량이 평균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원유 생산량이 평시보다 15~20% 줄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기후 변화가 농축산물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식품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치즈와 버터, 크림, 올리브유 등 유럽산 원료 비중이 높은 품목은 물론 제과·제빵과 아이스크림, 외식업계까지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사용하는 튀김유 종류는 다르지만 국제 식용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업체는 이미 튀김유 공급가격을 조정했고, 일부 브랜드는 사이드 메뉴 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 중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치킨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메뉴 구성이나 부가 상품을 통해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 원재료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에 환율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가 압박은 이전보다 훨씬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식품 가격 변동을 개별 품목 문제가 아니라 기후 리스크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특정 작황 부진이 한 품목 가격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식용유와 유제품, 음료 원료 등 다양한 식재료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까지는 장기 계약 물량 등을 통해 수급에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지만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다음 계약부터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업계 전반이 기후 변화에 따른 원가 리스크를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변수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